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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살다가 갈 것인가?

by 박은석

기원전 4백년 경에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가 살았다.

그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인정하는 가치관들을 허물어버리기로 유명했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넓고 큰 집에 살기를 꿈꾸지만 그는 조그만 술통 같은 데 들어가서 살았다.

거대한 제국을 이룬 알렉산더 대왕이 그를 찾아와서는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자기가 임금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은 다 주겠다는 기세였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그 자리에서 좀 비켜 달라고 했다.

임금님이 지금 햇빛을 가리고 있는데 자기는 햇빛을 좀 받고 싶다고 했다.

술통에 들어가 사는 것도 괴상했고 임금님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대답하는 것도 괴상했다.

하도 괴상해서 사람들은 디오게네스를 개처럼 취급했다.

그런데 디오게네스는 그러거나 말거나 했다.




디오게네스는 당시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생각으로 살았다.

사람들이 동쪽으로 몰려가면 디오게네스는 홀로 서쪽으로 갔다.

전쟁이 날 것 같다며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길래 디오게네스는 자기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언덕에 오르락내리락했다.

뭐 하는 거냐고 사람들이 묻자, 남들이 하도 바삐 움직이길래 자기도 바삐 움직여야 될 것 같아서 그냥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디오게네스가 일탈을 행하는 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디오게네스의 말이나 행동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길바닥에서 개처럼 굴러다니는 것 같았지만 디오게네스는 위대한 철학자였고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래서 후대의 사람들은 그를 견유학파(犬儒學派)의 대부로 추앙하게 되었다.

한번은 알렉산더 대왕에게 디오게네스가 질문을 던졌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원하십니까?”

알렉산더 대왕이 대답했다.

“그리스를 정복하는 것이오”

디오게네스가 다시 물었다.

“그리스를 정복한 다음에는 무엇을 원하시겠습니까?”

알렉산더 대왕은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는 것이오.”라고 답했다.

“그다음은 무엇을 원하시겠습니까?”

“그다음에는 소아시아를 너머 온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오.”

디오게네스는 또 물었다.

“온 세상을 정복한 다음에는 무엇을 원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알렉산더 대왕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참 후에 알렉산더 대왕이 대답했다.

“아마 그때쯤이면 푹 쉬겠지. 그러면서 인생을 즐겨야 하지 않겠나?”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대답을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폐하, 참으로 이상하십니다. 푹 쉬시는 게 소원이라면 왜 지금은 쉬지 못하시는 겁니까?”




알렉산더는 푹 쉬기 위해서 군대를 이끌고 나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시간에 디오게네스는 술통에 들어앉아서 낮잠을 푹 자고 있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푹 쉬기 위해서 큰 집을 가지려고 했고 좋은 옷을 입으려고 했고 공중목욕탕에 가서 몸을 씻고 향수를 바르려고 했다.

그래야 쉬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렇게 쉬는 시간을 찾으러 다니는 동안에 디오게네스는 그냥 길바닥에 드러누워서 쉬었다.

어떤 사람은 디오게네스가 개처럼 지저분하다고 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오줌을 갈겼다.

그가 뭐 하는 짓이냐고 따졌더니 디오게네스는 “당신이 나를 개라고 하지 않았느냐? 개니까 아무 데나 오줌을 갈기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디오게네스는 고관대작을 만나더라도 쫄지 않았고 죽이겠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개처럼 살다가 개처럼 가면 행복한 개다.

사람처럼 살려고 하다가 개처럼 가니까 불행한 개가 되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살다가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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