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다! 다행이다!

by 박은석


누구나 가끔 못된 짓을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꽤 머리를 굴린다.

최대한 천천히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무표정한 얼굴 표정을 짓고, 발랑거리는 심장은 심호흡을 깊게 하면서 가라앉힌다.

지나가는 사람이 수상스러워하며 쳐다본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반응을 한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감쪽같이 모든 사람의 의심을 따돌리면 속에서 굉장한 희열이 올라온다.

셜록 홈즈도 이 완벽함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승리감에 도취된다.

그런 쾌감 때문에 못된 짓에 중독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모든 사람들을 다 속인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은 속일 수가 없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가을 어느 날 친구와 남의 집 과수원에 들어가서 밤을 땄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양심이 소리가 있었지만 친구가 괜찮다고 했다.

이렇게 기억이 가물거리는 일일 때는 무조건 나쁜 역할은 친구가 맡았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체면이 조금이라도 세워진다.


여하튼 신나게 밤을 따고 있는데 웬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우리를 불렀다.

이 과수원집 아이들이 아닌데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냐고 부모님이 누구냐고 하셨다.

우리는 그 앞에서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저녁에 아버지께서 어디에 잠깐 다녀오셨다.

아버지는 나에게 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고만 하셨다.

짧은 말이었지만 파장은 엄청났다.

나는 직감으로 알았다.

‘들켰다!’




중학생 때는 다달이 시험을 치렀다.

어떤 때는 매주일 시험이 있었고 매일 시험을 보기도 했다.

싸움 잘하는 친구가 내 바로 뒤에 앉았는데 나는 선심 쓰듯이 그에게 답안지를 살짝 보여주곤 했다.

선생님은 전혀 모르셨다.

안 들켰다.

우리 둘이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우리의 우정도 깊어갈 줄만 알았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 후 한 번도 연락해본 적이 없다.


그 후 시험 때가 되면 그 일이 기억 속에 스멀스멀 찾아온다.

차라리 그때 들켜버렸다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선생님께 야단맞고 시험 점수 깎이고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그 순간은 모멸감이 몰려왔겠지만 오히려 처벌과 함께 정당한 점수를 받았다는 떳떳함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 들켰기에 떳떳함도 얻을 수 없었다.




기드 모파상은 <목걸이>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차라리 들키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사치와 허영심이 많은 마틸드는 파티에 가려고 친구에게 목걸이를 빌렸는데 그만 그것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친구에게 잃어버렸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있었다.

그래서 온 시내를 다 뒤져서 그것과 똑같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찾았다.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어쩔 수 없이 전 재산을 걸고 빚을 내서 그 목걸이를 샀다.

그리고 그 빚을 갚으려고 10년 동안 엄청 고생했다.

빚을 다 갚은 후에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나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목걸이를 빌려준 친구가 그랬다.

“어머! 그거 싸구려 가짜 다이아몬드인데....”

차라리 그때 들켜버렸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자존심 조금 구겨지더라도 이런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고 보면 안 들키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들키는 게 다행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