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그렇게 된 거 마음이라도 바꿔보자

by 박은석


아이들이 “이생망”, “이생망” 하기에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더니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이란다.

허탈했다.

아마 어느 방송매체를 통해서 그 말이 시작되었을 것이고 말이 재미있다며 급속도로 전파되었을 텐데 막상 듣고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선 나는 방송에서 사전에도 없는 말을 무분별하게 내 보내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요즘은 문장 자체를 줄여서 서너 글자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말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인데 새로운 말을 만들어서 자기들끼리만 웃고 떠드는 게 싫다.

그리고 유행어를 만들더라도 부정적인 내용이 들어간 것은 싫다.

이번 생이 망했다고 그렇게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얼마나 살았다고? 그리고 이번 생이 망했다면 다음 생을 기대한다는 것인가? 다음 생이 있기나 한 것인가?




‘이생망’이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에는 망했으니까 이제 그만 포기하자는 생각이 자리 잡을 것 같다.

망했는데 더 노력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니 자연스럽게 포기하자고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내뱉는 말이지만 말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큰 파급력이 있다.

그래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나온 것이다.


당연히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부정적인 삶을 살게 되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한결같이 긍정적인 말을 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믿기 어려우면 오늘부터 한 달 동안만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내뱉으면서 얼마나 불행한 일을 많이 경험하게 되는지 시험해 보라.

나는 절대로 안 하겠다.

시험할 바에는 긍정적인 말로 시험하겠다.




심정적으로는 실패한 것 같고 망한 것 같은 기분이 이해된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알고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아는 것 아닌가?


발명왕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만들기까지 무려 1200번이 넘는 실험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때 어느 기자가 에디슨에게 1200번 실패할 때 기분이 어땠냐는 식으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 질문에 에디슨은

“나는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전구가 켜지지 않는 1200가지가 넘는 방법을 알아낸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과연 그는 모든 것을 발명에다가 초점을 맞춘 위인이었다.

이렇게 해도 배우고 저렇게 해도 배운다는 마음이 기본자세였던 것 같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한 일 앞에는 반드시 실패가 있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성공을 배웠다.




그러니 이번 생은 망했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설령 정말 망했다 하더라도 어차피 그렇게 된 거 마음이라도 한번 바꿔보자.

성공하는 사람들이 걸어갔던 그 힘든 길을 지금 내가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신화를 들으며 그들이 역경을 이겨낸 것에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막상 자신이 역경 중에 있으면 왜 절망해 버릴까?

자신은 무조건 성공만 해야만 하는가?

한두 번 망하면 안 되는가?

지금 자신이 성공신화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마음 바꾸는 데는 돈도 시간도 들지 않는다.


정호승 시인은 <밥그릇>이란 시에서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라는 주옥같은 말을 풀어놓았다.

국물만 홀짝홀짝 마시면서 고기는 하나 없고 고깃국물이 전부냐고 투덜대지 말자.

그릇 밑바닥에 왕건이 고기가 차곡차곡 쌓여있을 것이다.




<밥그릇> - 정호승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잇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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