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겨두었던 간절함을 찾아보자

by 박은석


박상미 교수의 <마음아, 넌 누구니>라는 책에 가수 김창완 씨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다.

산울림의 보컬로서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를 히트시켰고,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꼬마야 꽃신 신고”라는 전 국민에게 애창곡을 선사해준 그 가수다.

내가 유행에 관심을 끊고 텔레비전도 안 보고 연예인에 대한 소식에 귀 닫아 지내는 사이에 이 가수는 소설가가 되었고 또 수필가도 되었다가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하였다.


한 사람이 평생 한 가지 직업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은데 김창완 씨는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수수하게 생기고 그렇게 강인해 보이지 않는 체구인데 이렇게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의외로 김창완 씨가 말한 그 비결은 매우 간단한 것이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재능이 없어서 못 쓰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써요!

잘 쓰려고 하니까 안 써지는 거예요.

난 그림쟁이가 아니지만 정말 그림을 좋아해요.

무조건 그려요.

그림이 되건 말건.

글쟁이도 마찬가지고 음악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음악 하는 사람이 ‘멋있는 음악을 해야겠다?’ 개코같은 소리예요.

무조건 열심히 곡을 써야 해요.

실천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예요.


알타미라 동굴 얘기를 해줄게요.

얼마나 사냥을 잘하고 싶었으면 어두운 동굴 속에다가 그림을 그렸겠어요?

그런데 아주 선명하게 그렸잖아요?

간절한 마음으로 동굴 속에 불을 지피고 빨간색이 필요하면 자기 피를 찍어서라도 그렸을 거예요.

무릇 모든 예술 장르에 다 통하는 얘기예요.

이론보다 중요한 건 간절한 마음이에요.”




잊었었다.

간절했던 그 시간, 그 경험, 그 마음을 잊었었다.

일상이 그냥 주어지고 눈 뜨고 일어나면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는 사이에 꿈은 잊히고 포부는 심연 속에 가라앉고 말았다.

살아있으되 살아있음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이재무 시인은 <간절>이란 시에서 이런 마음을 적나라하게 꼬집어 주었다.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 이재무 詩, <간절> 전문 -




재능이 없다고 주춤거리는 일은 이제 그만 두자.

그동안 주춤거리느라 너무나 많은 세월을 허비해버렸다.

이제는 그만 머뭇거리고 입 꾹 다물고 결단해야 한다.

별 볼일 없다는 평을 듣더라도 실행해야 할 때이다.


상황이 안 좋다고 두 손을 놓아버리지는 말자.

상황은 해류와 같아서 이렇게도 바뀌고 저렇게도 바뀐다.

그런데 물이 겁난다고 두 손을 놓아 버리면 가라앉고 만다.

멈추면 비로소 보일 때도 있겠지만 멈추면 죽을 때도 있다.

나무쪼가리 하나라도 붙들고 허우적거리며 계속 움직여야 한다.

나무쪼가리도 없으면 개헤엄이라도 간절하게 쳐야 한다.

간절하면 개헤엄으로도 10미터도 가고 20미터도 간다.

개헤엄의 달인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있던 그 많은 간절을 누가 다 먹어버렸을까?

다른 사람이 먹지는 않았다.

나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삼켜버렸다.

이제 꼭꼭 숨겨두었던 간절함을 찾아보자.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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