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년 400권 독서운동 2025년 11월 독서 38권

by 박은석


따뜻한 날씨 탓에 가을이 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단풍이 지고 낙엽이 뒹굴어도 가을이려니 했다. 11월의 마지막 밤이 되어서야 가을이 끝나는 걸 알았다. 갑자기 추워진 것도 아니다. 포근하다 못해 외투를 입고 외출한 탓에 살짝 덥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을이 연장되지는 않는다. 이 밤이 지나고 12월이 오면 가을은 끝난다. 겨울이 온다. 날짜 하루 차이인데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뀐다. 이번 겨울은 따뜻한 겨울이 될 거라는 말들도 있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이 추워서 겨울인 것만은 아니다.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계절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마무리 먼저 지어야 한다.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마무리를 짓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 곁에는 따라다니면서 일을 정리해 주는 사람이 있다. 정리하지 않고 벌여 놓기만 하면 나중에는 일에 파묻혀 죽는다.




지난 11월에 읽은 책 38권 중에는 남이 벌여 놓은 일을 정리해 주는 작가의 책이 있다. 정희숙 작가의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이란 책이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을 보내며 경력 단절 여성이 되어 버린 작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고 있을 때 우연히 친구들의 한마디에 용기를 얻었다. 그녀가 잘하는 일은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차라리 정리를 직업으로 해보면 어때?”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는 생각지도 않았던 시간에 뜻밖의 말에서 시작한다. 과연 정리하는 일도 쓸모가 있을까? 이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그녀는 정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먼저는 정리하는 일을 배웠고 그다음에는 실천했다. 그렇게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집과 사무실을 정리해 주었을 뿐인데 그녀를 만난 사람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2월은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삼아야겠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과 바라던 꿈들이 뭐가 있었더라? 대부분 가물가물하다. 바랐던 꿈들도 있었지만 희망사항에서 그친 것들도 많다. 내가 스스로 정리해 버려서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은 일들도 있었지만 나에게 아예 기회가 오지 않은 일들도 있었다. 아쉬움이야 있다. 누구나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한 보퉁이일 것이다. 지난날들은 아쉬움이란 보퉁이에 들여놓았다가 심심할 때면 하나씩 꺼내 씹는다. 아쉬움의 맛은 늘 씁쓸하다. 뱉어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씁쓸함을 곱씹으면 그 안에서 달콤함이 묻어 나온다. 쓰디쓴 에스프레소커피를 마시며 맛있다고 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인생의 단맛은 씁쓸한 맛 속에 담겨 있다. 아쉬움이 있으니까 그다음에는 더 잘해 보려고 한다. 아쉬움 속에서도 올 한 해 400권의 책을 읽어보겠다는 목표는 계속 진행 중이다.




1년에 400권의 책을 읽으려면 평균 1달에 34권, 1주일에 8권을 읽어야 한다. 하루에 한 권 조금 넘게 읽으면 된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읽으며 살기는 만만치 않다. 출퇴근 시간이 지하철로 1시간 정도 되는 삶이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출근길 1시간, 퇴근길 1시간 동안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확보한 셈이니까. 그런 행운이 주어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자투리시간을 책 읽기 시간으로 삼든지 아니면 책 읽기를 위한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든지. 나는 그 두 가지 다 활용한다. 쉽게 말해서 기회가 있으면 그 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한다. 11월에 38권의 책을 읽는 바람에 12월까지 400권의 책을 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12월에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느긋하게 23권 이상만 읽으면 된다. 다른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았지만 책 읽기에서만은 목표를 달성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1년 400권 독서운동 2025년 11월 독서 38권>


340. <위버멘쉬>. 프리드리히 니체. 어나니머스. 떠오름. 20251101.

341. <그리스도를 본받아>. 토마스 아 켐피스. 박명곤. 크리스천다이제스트. 20251103.

342. <흙의 숨>. 유경수. 김영사. 20251104.

343. <유세비우스의 교회사>. 유세비우스 팜필루스. 엄성옥. 은성. 20251105.

344. <러시아 시화집>. 톨스토이 외. 리언. 뮤즈. 20251106.

345. <로마로 가는 길>. 캐서린 플레처. 이종인. 책과함께. 20251106.

346. <AI 2026 트렌드 & 활용백과>. 김덕진. 스마트북스. 20251107.

347.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디오게네스. 이근오. 모티브. 20251107.

348.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에리히 프롬. 이근오. 모티브. 20251108.

349.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서민아. 어바웃어북. 20251109.

350. <트렌드 코리아 2026>. 김난도 외. 미래의창. 20251109.

351. <겨울떡갈나무>. 유리 나기빈. 김은희. 한겨레아이들. 20251110.

352. <달러 이후의 질서>-트럼프 경제 패권의 미래. 케네스 로고프. 노승영. 윌북. 20251110.

353. <집중하는 뇌는 왜 운동을 원하는가>. 안데르스 한센. 이수경. 한국경제신문. 20251111.

354. <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 율곡 이이, 신사임당. 이근오. 모티브. 20251112.

355. <기독교 수도원의 역사>. 카를 수소 프랑크. 최형걸. 은성출판사. 20251113.

356. <너를 아끼며 살아라>. 나태주. 더블북. 20251114.

357. <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정희숙. 오팬하우스. 20251115.

358. <포루투갈 황제>. 셀마 라게를뢰프. 안종현. 다반. 20251115.

359. <쇼펜하우어 서재에서 훔친 인생 지혜 77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김철. 히읏. 20251116.

360. <인생은 개처럼 사는 편이 좋다>. 크라테스 외 견유학파. 서미석. 유유. 20251117.

361. <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이세욱. 열린책들. 20251120.

362.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창비. 20251120.

363. <왜 당신은 태도가 아니라 인생을 탓하는가>. 고윤. Deep & Wide. 20251120.

364. <진짜의 마인드>. 김찬희. 터닝페이지. 20251120.

365. <학대받은 사람들>. 도스토예프스키. 채수동. 동서문화사. 20251123.

366.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장석주. 문학세계사. 20251124.

367.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마음산책. 20251124.

368.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광화문글판문안선정위원회. 교보문고. 20251124.

369.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장석주. 을유문화사. 20251125.

370. <인간과 말>. 막스 피카르트. 배수아. 봄날의 책. 20251125.

371.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창비. 20251126.

372.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배리 로페즈. 이승민. 북하우스. 20251127.

373.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김승희. 이을출판사. 20251127.

374.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창비. 20251128.

375. <간추린 교회사>. 유스토 곤잘레스. 주재용. 은성출판사. 20251129.

376. <도시 관측소>. 김세훈. 책사람집. 20251130.

377.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나무생각. 20251130.

2025년 독서 목록001.jpg
2025년 독서 목록002.jpg
2025년 독서 목록003.jpg
2025년 독서 목록004.jpg
2025년 독서 목록005.jpg
2025년 독서 목록006.jpg
2025년 독서 목록007.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