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모른다. 순식간에 인생 바뀔 수도 있다

by 박은석


중학생 때인가 한문시간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4자성어를 배운 후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모든 되어진 일에는 그 일을 그렇게 만든 원인이 있다. 한 발짝 떨어진 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 처리했느냐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을 것이라며 훈수를 들 수 있다. 선수들은 그런 훈수가 나올 것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수와는 다른 결정을 내린다. 결과가 잘 나오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칭송한다. 역시 프로는 다르다고 한다. 반면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리석었다고 질타한다. 일반인들도 아는 상식을 선수가 무시했다고 한다. 선수가 몰랐을 리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다 보니까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훈수를 두는 일은 쉽지만 직접 돌을 두는 일은 어렵다. 결정을 내린 후에는 하늘의 선택을 기다릴 뿐이다.




우리 인생에서 완벽한 결정이었다고 내세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강태공의 부인은 남편이 너무 무능하고 가족들의 생계에 대해서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강태공의 집안을 살짝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부인에게 갈라서라고 권면했을 것이다. 그런 무능한 사람과는 하루빨리 헤어지는 낫다고 했을 것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 참는 것은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강태공과 결별하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강태공이 주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강태공의 부인이 달려왔다. 온갖 애교 섞인 말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그 내용은 뻔했을 것이다. 당신이 자랑스럽다. 이제 당신을 잘 도우며 살겠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하라. 내가 다 해 놓겠다. 이런 말일 것이다. 그런 여인에게 강태공은 한 번 부어버린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훌훌 떠나가 버렸다.




지금 현재로서는 탁월한 선택인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너무 어처구니없는 선택이었다고 평가되는 일들이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카피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럭키 금성이라는 전자제품 회사는 이 광고 때문에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전자제품 하나를 10년 동안 사용하게 되면 전자제품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좋은 광고카피인 것 같지만 나를 생각하지 못했고 너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회사는 더 이상 그 광고로 제품을 홍보하지 않는다. 그때는 먹혔는데 지금은 전혀 먹히지 않는 광고카피가 되었다. 탁월한 선택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리석은 선택으로 판가름 나기도 한다. 그때 그렇게 결정하지 못한 걸 아쉬워했는데 나중에는 그렇게 결정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임을 깨닫기도 한다. 모를 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정말 모를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의 삶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내가 내린 선택들이 좀 미련해 보였다. 남 좋은 일은 많이 했는데 나를 챙기지는 못했다. 욕심부리며 살아도 괜찮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사고 좀 쳐도 되는데 그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늘 모범생처럼 아니, 모범생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했다. 지금까지의 삶을 정산해 보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손해 보는 일이 많았다. 바닥에 자빠져서 마이너스(-)가 된 기분이다. 기분이 나쁘다. 딱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지금까지는 이렇게 왔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누워 있는 작대기 마이너스(-)가 일어나면 숫자 1이 된다. 그럼 망이너스가 아니다. 플러스다. 마이너스가 1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직 나에게 일어나지 않아서 그렇지 순식간에 인생 바뀌는 경우도 많다. 누가 알겠나? 올해가 그런 해가 될지.

인생 모른다. 순식간에 인생 바뀔 수도 있다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