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소개,<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정현종

by 박은석


시간이 지나면 후회되는 일이 왜 그리 많은지...

먼저는 내가 한 일 후회한다.


왜 그 일을 했을까?

왜 그 사람을 만났을까?

왜 그걸 택했을까?


그다음에는 내가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한다.


왜 그 일을 안 했을까?

왜 그 사람을 안 만났을까?

왜 그걸 택하지 않았을까?


이러면 이랬다고 후회하고 저러면 저랬다고 후회한다.

한평생 후회할 일만 만들고 후회할 일을 떠올리며 후회를 곱씹다 세월 다 보낸다.


이래도 후회하고 저래도 후회할 인생이라면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낫겠다.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은

게일러 보이잖아

겁쟁이 같잖아

비겁해 보이잖아

핑계 댈 것도 없잖아

먹혀들지도 않잖아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저돌적이어서 그랬잖아

잘 몰라서 그랬잖아

시절이 안 맞아서 그랬잖아

핑계 댈 수도 있잖아

먹혀들 수도 있잖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냥 그 자리만 지키고 앉는 거잖아

꽃봉오리도 터뜨릴 수 없잖아


한번 해 보면 다른 자리로 갈 수도 있잖아

어쩌면 노다지를 발견할 수도 있잖아

꽃봉오리를 터뜨릴 수도 있잖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일지도 모르잖아

내 손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활짝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한번 해 보자!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