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국어공부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

by 박은석


딸아이가 중학교 3년 과정을 마쳐간다.

그동안 6년을 다닌 영어학원에서도 나와야 한다.

거기는 고등부 과정이 없다.

감사하게도 학원 선생님은 딸에게 영어는 혼자서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대신 국어학원을 꼭 다니라고 권해주셨다고 한다.

아내가 나에게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1초도 생각 안 하고 반대한다고 했다.

명색이 내가 국어선생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국어는 학원에서 기계식으로 배우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서 공부하는 게 낫다고 했다.

내가 직접 가르치겠다고 하면 딸은 당연히 노 땡큐 할 것이다.


아내는 나름대로 학원도 알아본 것 같다.

맘카페에서 들은 정보도 많았다.

학원 선생님의 설명도 이미 잘 들은 상태였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입학시험을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여느 엄마와 똑같다.




요즘 국어 시험은 교과서에서는 보지도 못한 지문이 툭 튀어나온다고 한다.

아이들은 지문에 나오는 단어들도 해석을 잘 못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금일(今日)’을 금요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자신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과 단어들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족집게처럼 빠른 시간에 꼭 알아야 할 표현들과 시험 기술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이다.

첫째로, 국어는 우리말이니까 잘 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잘 모른다.

둘째로, 영어공부할 때는 영어사전을 들춰보는데 국어공부를 하면서 왜 국어사전을 안 보는가? 셋째로, 국어시험의 지문들은 시나 소설, 수필에서 발췌한 것들인데 학원에 가서 강의를 듣는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는 것이 낫다고 했다.




내가 국어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내는 내 말에 반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얘기해 주었다.

첫째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제력이요, 둘째는 엄마의 정보력이고 셋째는 아빠의 무관심이란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씁쓸하다.


나는 내 딸이 시험지 지문에서 ‘진달래꽃’을 보는 것보다 김소월의 시집을 들춰보았으면 좋겠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문장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 윤동주의 시집을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김동인의 <배따라기>도 김승욱의 <무진기행>도 스스로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를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읽다보면 이해가 되고 작가를 알게 되고 문맥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믿는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게 나을 것 같다.




내 중고등학생 때는 과외가 금지되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단속을 피해서 대학생 선배들이 ‘몰래바이트’라는 개인교습을 하곤 했다.

시험문제는 교과서의 지문으로만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다들 성적이 잘 나왔던 것은 아니다.

어려우려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었다.

내 고등학교는 버스를 타고 40분을 가야 했다.

그 40분 동안 버스 안에서 국어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게 국어 실력의 비결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모르게 책상 밑 무르팍에 올려놓고 조심조심 읽었던 헤르만 헤세, 토마스 하디의 소설책들이 알게 모르게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을 키워주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반대한다.

학원에 갈 시간에 책 몇 페이지라도 읽게 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이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국어는 책을 많이 읽는 게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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