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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3. 2020

딸아이의 국어공부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


딸아이가 중학교 3년 과정을 마쳐간다.

그동안 6년을 다닌 영어학원에서도 나와야 한다.

거기는 고등부 과정이 없다.

감사하게도 학원 선생님은 딸에게 영어는 혼자서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대신 국어학원을 꼭 다니라고 권해주셨다고 한다.

아내가 나에게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1초도 생각 안 하고 반대한다고 했다.

명색이 내가 국어선생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국어는 학원에서 기계식으로 배우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서 공부하는 게 낫다고 했다.

내가 직접 가르치겠다고 하면 딸은 당연히 노 땡큐 할 것이다.


아내는 나름대로 학원도 알아본 것 같다.

맘카페에서 들은 정보도 많았다.

학원 선생님의 설명도 이미 잘 들은 상태였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입학시험을 걱정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여느 엄마와 똑같다.




요즘 국어 시험은 교과서에서는 보지도 못한 지문이 툭 튀어나온다고 한다.

아이들은 지문에 나오는 단어들도 해석을 잘 못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금일(今日)’을 금요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자신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과 단어들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족집게처럼 빠른 시간에 꼭 알아야 할 표현들과 시험 기술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이다.

첫째로, 국어는 우리말이니까 잘 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잘 모른다.

둘째로, 영어공부할 때는 영어사전을 들춰보는데 국어공부를 하면서 왜 국어사전을 안 보는가? 셋째로, 국어시험의 지문들은 시나 소설, 수필에서 발췌한 것들인데 학원에 가서 강의를 듣는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는 것이 낫다고 했다.




내가 국어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내는 내 말에 반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얘기해 주었다.

첫째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제력이요, 둘째는 엄마의 정보력이고 셋째는 아빠의 무관심이란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씁쓸하다.


나는 내 딸이 시험지 지문에서 ‘진달래꽃’을 보는 것보다 김소월의 시집을 들춰보았으면 좋겠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문장을 달달 외우는 것보다 윤동주의 시집을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김동인의 <배따라기>도 김승욱의 <무진기행>도 스스로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를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읽다보면 이해가 되고 작가를 알게 되고 문맥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믿는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게 나을 것 같다.




내 중고등학생 때는 과외가 금지되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단속을 피해서 대학생 선배들이 ‘몰래바이트’라는 개인교습을 하곤 했다.

시험문제는 교과서의 지문으로만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다들 성적이 잘 나왔던 것은 아니다.

어려우려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었다.

내 고등학교는 버스를 타고 40분을 가야 했다.

그 40분 동안 버스 안에서 국어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게 국어 실력의 비결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모르게 책상 밑 무르팍에 올려놓고 조심조심 읽었던 헤르만 헤세, 토마스 하디의 소설책들이 알게 모르게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을 키워주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반대한다.

학원에 갈 시간에 책 몇 페이지라도 읽게 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이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국어는 책을 많이 읽는 게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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