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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들어야 산다
by
박은석
Oct 5. 2020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좀 똑똑하고 괜찮은 것 같은데 또 자세히 보면 너무나 무지하고 오류투성이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짐승들은 미련해 보이지만 자연재해의 기미가 보이면 벌써부터 알아채고서 몸을 피한다고 한다. 특히 큰 배에서는 갑자기 쥐들이 빠져나와 육지로 뛰쳐나가면 곧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인간은 일이 닥칠 때까지 전혀 상황 파악을 못 한다.
인간이 위대한 일을 이루었다고 마냥 으스대기도 하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 이루어놓은 그 일 때문에 도리어 인간이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문제는 인간이 개발하고 발전시켰다고 자랑하며 고함치는 문명이 초래한 것이다.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한 인간의 무지가 불러온 것이다.
그런데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의 무지를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완벽한데 다른 사람이 불완전하고, 세상이 부족해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교만함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동시에 소리를 지르다 보면 옆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이 내지르는 소리만 들린다. 우리가 마치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나의 소리를 줄이면 지금껏 듣지 못했던 또 다른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데 우리는 듣지 않으려고 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듣기만 해도 세상의 온갖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듣지 않으니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자신만의 생각 속에 갇혀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듣지 않는 사람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엄마’이다.
이 말은 사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붙였다가 떼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소리이다. 굉장히 쉽게 발음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글자의 말을 발음하기까지 아기는 수 천 번도 더 ‘엄마, 엄마’라는 말을 듣는다.
그 이후에도 아이는 계속 듣는 훈련을 받으면서 자란다.
말을 듣고, 예절을 듣고, 문화를 듣는다. 부모님으로부터 듣고 선생님으로부터 들으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운다.
듣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
더 이상 들을 대상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배울 수 없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사람이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될 때는 곧 죽음을 앞둔 때 밖에 없다.
그러므로 숨 쉬며 살아 있을 때 우리는 부지런히 들어야 한다.
조선시대의 임금은 군자의 지위에 오른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임금의 행위를 제어하는 법이 따로 없었다.
임금의 말이 법이고 임금의 행동이 예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임금도 하루에 3번씩 경연시간을 가지면서 신하들의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정사를 살필 때에도 임금은 신하들이 올리는 상소를 들어야 했다.
제 아무리 절대 권력을 가진 임금일지라도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직언을 고하는 신하들이 있었다.
때로는 임금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바른 소리, 잔소리를 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성군이라고 부르는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은 그런 직언들을 고스란히 귀 기울여 들었던 왕들이다.
잘 들어야 잘 다스릴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한자어에서 ‘들을 문(聞)’ 자를 보면 문(門)에 귀(耳)를 바짝 대고 듣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만큼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듣는 것은 생명이 달린 일이다.
들어야 알 수 있고, 들어야 믿을 수 있고, 들어야 살 수 있다.
나의 소리를 멈추고 먼저 들어보자.
들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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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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