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에서 가장 작은 새는 ‘벌새(Hummingbird. Trochilidae)’라고 한다. 이 새는 더운 지방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의 전역과 알래스카에서도 볼 수 있다. 전 세계에 320여 종이 있는데, 작은 종류는 몸길이가 고작 5Cm에 체중 1.8g 정도이고, 제일 큰 종류라고 해도 20Cm에 체중 24g 정도이다. 언뜻 스쳐 지나가면 나방인가 싶을 만큼 착각을 일으키지만 엄연한 새이다. 벌새는 꽃에서 꿀을 빨아 먹는데 꽃에 앉으려면 벌처럼 제자리에서 날갯짓을 하는 정지비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벌새는 덩치는 작아도 온 몸이 단단한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고 강한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정지비행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이다.
보통의 날짐승들은 공기의 저항을 이용해서 한 번 푸드덕거린 후, 날개를 쫙 펴서 날아간다. 하지만 제자리에 떠 있는 정지비행은 한 번의 날갯짓으로는 불가능하다. 쉴 새 없이 날개를 움직여야 한다. 벌이 앵앵거리며 날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날개가 세차게 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야 정지비행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벌새는 정지비행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날갯짓을 할까? 덩치가 큰 종류일수록 천천히 날갯짓을 하지만 작은 벌새는 1초에 많게는 90번까지 날개를 친다고 한다. 연습 삼아 손바닥을 펴서 아주 빠르게 흔들어 보았다. “일 초!” 시간을 재는 동안 고작 서너 번밖에 안 된다.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손목을 흔드는 것도 만만치가 아니다. 벌써 통증이 오는데 1초에 90번 날개를 치는 벌새는 얼마나 힘들까?
벌새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단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새가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히 날개를 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천양희 시인은 시를 쓰고 벌새에게서도 삶의 자세를 배우려고 했다.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 제 몸을 쳐서 /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벌새가 사는 법] 전문)”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서 자신을 쳐야 한다고 고백했다. 나도 나를 쳐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정작 나 자신을 치지는 않고, 다른 사람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벌새가 날개 치는 것을 별 볼일 없는 양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벌새효과(Hummingbird effect)’라는 말이 있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 예상치 못한 큰 일들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독일에서 금속활자판을 이용한 인쇄기술이 도입되자 마틴 루터는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을 보급하여 종교개혁을 이끌 수 있었다. 책의 보급으로 사람들이 독서를 많이 하다 보니 시력이 나빠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경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안경의 발전은 렌즈의 개발로 이어지고 렌즈가 발전하면서 더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과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는 현미경이 나타났다. 망원경 덕택에 천체물리학이 발전하였고 현미경 때문에 생물학, 의학, 광학이 발전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우주시대를 열어가게 되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벌새효과’이다.
벌새의 날갯짓처럼 작은 일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가? 절대 그럴 수 없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큰 것만 바라보지 말자. 정작 중요한 것은 작은 것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