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 제법 추위가 몰려온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더라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니 그늘진 이곳저곳이 얼어 있다.
어제와 똑같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걷다가 갑가지 다리가 쫙 늘어나서 화들짝 놀란다.
가슴이 철렁거리면서 길어진 다리를 조심스레 주어 담는다.
살얼음이 덮여 있어서 길이 미끄럽다.
넘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만약 넘어졌더라면 팔을 다쳤을까?
다리를 다쳤을까?
아니면 머리를 다쳤을까?
그게 어디든 넘어지면 고통스러운 겨울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한 번 넘어지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넘어지면서 다친 곳이 아무는 동안 다른 장기들이 하나씩 망가져서 결국에는 큰일을 치르곤 한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더더욱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신다.
그런데 아무리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여지없이 넘어진다.
비단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다리의 힘이 약해서 넘어지기도 하고 발이 걸려서 넘어지기도 한다.
나이 많아 몸이 경직되었기 때문에 넘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젊고 몸이 부드러운 사람들도 넘어진다.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지고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운동선수일지라도,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이어도 넘어지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의 인생살이에도 넘어지는 일들이 참 많다.
자신의 똑똑한 머리를 믿었다가 넘어지는 사람도 있고,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철썩같이 믿었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영원히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며 권력과 재력을 믿었다가 넘어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반드시 어디에선가 넘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넘어지는 것은 엄청난 손해이다.
점수가 깎이고 모아놓은 것을 잃게 되고 자신의 몸과 마음도 크게 다치게 된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여기서 넘어지면 끝장이라는 강박감 때문에 흔들거리는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넘어져본 사람은 안다.
넘어졌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넘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그냥 그 자리에서 일어서면 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비록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는 없어도 나름 공정한 점수를 받을 수는 있다.
꼭 1등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2등도 3등도 꼴찌도 나름대로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 넘어지면 세상도 끝나고 우리의 인생도 끝나버린다는 너무나 부정적인 생각에 파묻혀 있다.
그래서 넘어지는 것이 두렵고 싫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넘어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들을 보라.
그들은 한두 번 넘어져도 곧 다시 일어난다.
넘어졌다고 그 자리에 마냥 주저앉아버리지만은 않는다.
넘어졌다고 해서 엄마와 아빠가 야단을 치지도 않는다.
다시 일어나 뒤뚱뒤뚱 거리며 걸어간다.
그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해준다.
그러면 아기는 마치 대단한 일을 이룬 것처럼 함박웃음을 짓는다.
아기에게는 1등도 2등도 필요 없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또 넘어지면 또 다시 일어선다.
수없이 넘어지면서 더 빨리 일어서는 기술을 배운다.
흔들리는 몸을 가누고 중심을 잡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성장해간다.
넘어졌다고 겁먹지 말자.
넘어지는 것도 실력이다.
넘어지면 이 큰 지구를 품에 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