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먼 길을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칫 일정을 잘못 잡으면 인가가 전혀 없는 산속에서 맹수들의 위협을 받으며 밤을 지새울 수도 있었다.
지도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종종 목적한 곳의 방향을 잘못 잡아서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했다.
간혹 말을 타고 여행하는 부유층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도보로 여행했다.
그래서 하루에 많이 걸어야 고작 100리 길 즉 40킬로미터 정도밖에 갈 수 없었다.
그것도 한 시간에 4킬로미터씩 쉬지 않고 10시간을 걸어야 가능한 거리이다.
해가 길다고 해서 여행 거리를 늘리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만큼 걸었는지 계산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한 시간에 10리 길을 걷는다고 어림잡아서 대략적인 하루의 여행 시간을 조절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걸어온 거리를 측량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걸을 때마다 몇 걸음을 걸었는지 일일이 세어가면서 발을 떼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칫 딴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지는 사이에 계산이 틀어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마을에서부터 5리(2Km) 정도 되는 거리마다 특별한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렇게 5리마다 심은 나무이기 때문에 그 나무를 ‘오리나무’라고 불렀다.
그 나무를 심은 다음부터는 거리를 측량하기가 너무 쉬워졌다.
마을을 벗어나서 지금까지 오리나무를 몇 그루나 보았느냐만 알면 되었다.
그러면 그날의 여행 거리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우리 조상들의 두뇌는 비상하였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지도 제작 기술이 발달하여 대동여지도 같은 훌륭한 지도가 만들어졌고 나침반이 발명되어 정확한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도는 지금 현재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앞으로 내가 가야 할 위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침반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준다.
그래서 지도와 나침반만 있으면 예전처럼 여행 중에 길을 잃어버린다든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이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지도와 나침반이 우리의 손안에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와 있다.
그래서 전국 어디서든지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안에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의 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지도와 나침반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지도만 가지고 있다면 거리 측정은 가능하겠지만 정확한 방향은 알 수가 없다.
목적지가 5Km 남았다고 하더라도 방향을 거꾸로 잡으면 5Km 거리였던 것이 10Km로 늘어날 수도 있다.
반대로 나침반만 가지고 있다면 동서남북의 방향은 분명하게 알 수 있지만 자신의 목적지가 어느 쪽으로 얼마만큼 가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여행을 할 때는 지도 위에 나침반을 제대로 올려놓아서 정확한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기나긴 여행이다.
한 번 발을 떼어놓으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단 한 번의 여행이다.
각자의 목적지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누구는 먼 곳까지 가지만 누구는 가까운 데까지만 가기도 한다.
지금 어디까지 온 것 같은가? 그리고 얼마나 더 가야할 것 같은가?
도무지 계산이 안 된다면 가방 속에 처박혀 있는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야 한다.
혹시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오래 전부터 그려왔던 나만의 꿈, 인생의 가치관, 신앙적인 소명감이 바로 지도이다.
이제 그 지도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날 것이다.
다시 꺼내서 펼쳐 보라.
이번에는 나침반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살아오면서 ‘여기다!’, ‘이것이다!’ 외쳤던 그 신념이 나침반이다. 열정이며 믿음이며 간절한 기도가 바로 인생의 나침반이다.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서 우리가 힘껏 달렸었지 않은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나침반을 쳐다보지 않았다.
어차피 한세상이라고 대충대충 가면 된다며 체념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렇게 한없이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지도 위에 나침반을 올려놓아서 제대로 보면 알 수 있다.
날려버린 인생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는 분명히 이동해 왔다.
올곧게 많이 걸어오기도 했지만 뱅글뱅글 돌면서 조금밖에 못 간 경우도 있다.
나는 왜 이만큼밖에 못 왔을까 한탄할 필요는 없다.
아마 험한 길을 걷다보니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래도 가기는 갔고 오기는 왔다.
격한 마음에 내 인생길을 오늘 여기서 끝내버리겠다고 해서도 안 된다.
오늘의 경치는 형편없지만 내일은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숨이 다 차는 날까지 평생에 걸쳐서 계속 가야한다.
인생의 지도와 나침반에 맞춰서 오늘은 오늘의 분량만큼만 가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인생의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