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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맑은 세상을 위하여

by 박은석


사람들에게 축복의 말을 전하다가 ‘산업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사업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을 혼용해서 쓰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ㄴ’자 하나 차이인데 그게 그 말이라고 생각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명나라의 학자이자 관리인 정선(鄭瑄)의 말을 인용하여 이 두 단어의 차이를 적어놓았다.

“자기의 포부를 들어서 천하의 백성에게 베푸는 것을 사업(事業)이라 하고, 일가(一家)의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산업(産業)이라 한다. 반면에 천하의 사람들을 헤쳐서 자기 일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을 원업(冤業)이라 한다. 산업으로 사업을 삼으면 사람들이 원망하고, 산업으로 원업을 지으면 하늘이 죽일 것이다.”

문장은 단순하지만 섬뜩한 기운이 전해졌다.




사업(事業)은 백성들을 위하는 일이고 산업(産業)은 자기 가족을 위하는 일이다.

만약 자기 가족들을 챙기려고 백성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침해하면 백성들이 원망하게 될 것이다.

그게 원업(冤業)이다.

결국 산업에 탐심이 깃들면 원업만 늘어나게 되고 원업이 쌓이면 하늘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지나면서 낱말의 의미도 변화한다.

더 폭이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

오늘날은 사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 사람이 경영하는 ‘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 또한 사업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인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이 세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인가 아니면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일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서 자신에게는 이익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정약용은 이렇듯 철저하게 백성들을 이롭게 하는 데 자신의 관심을 집중하였다.

그러다 보니 역사 속에서 훌륭한 관리들은 어떠했는지, 이웃나라인 중국에서는 또 어떤 위인들이 있었는지 수많은 책과 자료들을 통해서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다.

과연 백성들의 존중을 받았던 관리들은 달랐다.


그들은 한결같이 백성들의 생활을 이해하였고 어떻게 해서든지 백성들을 이롭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백성들을 학대하지 않았으며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혹여나 자신 때문에 백성들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다스렸다.

왜냐하면 백성들은 자신들의 발아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임금님의 아들이고 딸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목민관은 마땅히 그렇게 일해야 한다고 정약용은 기술하였다.




정약용이 살았던 조선 후기는 온갖 부정부패가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을 수령으로 부임하면 자신의 몫을 챙기고 한양의 고관대작에게 상납할 물건들을 보내느라 혈안이었다.

백성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탐관오리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물이 있으면 오리가 있듯이 백성이 있는 곳에는 탐관오리들이 들끓었다.


그런 세상에서 정약용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 자신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인지 분명히 하라고 일갈했다.

백성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원망받을 짓은 하지 말라고 했다.

하늘이 지켜보고 있는데 무서운 줄 알라고 했다.


그는 비록 유배형을 받아 전라도 강진 땅에 묶여 있었지만 백성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싶었다.

정약용 한 사람 때문에 시궁창 같은 세상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졌듯이 나 한 사람 지나가면서 세상이 조금 더 맑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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