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자!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by 박은석



10년 전에 딱 내 스타일에 맞는 책을 만났다.

어려운 주제도 쉽게 설명해주고 사소한 것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였다.

저자의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보통’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꼭 나 같은 사람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냥 친근감이 들어서 그가 쓴 책은 모조리 구입해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웬만한 사람은 따라갈 수도 없는 엄청난 실력가였다.

그의 공식 이름은 알랭 드 보통이다.

검색해 보니까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났다.

같은 마을에서 살았다면 그냥 친한 동네 형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 했고 글도 잘 쓰고 강의도 잘하고 소설도 썼다.

너무나 열 받았다.

‘뭐야? 비슷한 시대에 살면서 너무 한 거 아니야?’라는 시샘이 생겼다.

그래서 ‘당신은 글을 써라. 나는 모조리 읽어버린다.’하는 마음으로 그의 책들을 탐독했다.




작년에는 또 다른 면에서 내 스타일에 맞는 책을 만났다.

지금까지의 내 상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완전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만드는 작가였다.

저자의 이름도 유별 유별 유별했다.

‘하라리’였다.

뭘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지 맨날 ‘하리’ ‘하리’ 했던 것 같다.

중세 전쟁사를 전공했다면서 인류 문명사를 자기 맘대로 써버렸다.

몇 년 동안 벼르면서 이딴 책은 안 읽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내가 항복했다.


그런데 이 인간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머리 스타일이나 성적 취향이나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이다.

그의 공식 이름은 유발 하라리이다.

나이를 보니까 나보다도 한창 어렸다.

‘뭐야? 나보다도 어린 녀석이 왜 이렇게 특출한 거야?’하는 시샘이 생겼다.

그래서 ‘너는 글을 써라. 나는 너의 글을 모조리 읽어버리겠다.’하는 마음으로 그의 이름이 들어 있는 책들은 보이는 대로 긁어모아 다 읽어버렸다.




1년에 200권 책읽기를 한다면 왜 그렇게 무리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왜 200권으로 정했는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 묻는 사람은 없다.

2009년에 책읽기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한비야의 이야기를 들었다.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 돌았다는데 그녀의 배낭 안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고 했다.

20대 때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마다 100권 이상 독서하고 있다고 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뭐야 이 사람? 엄청나게 바쁜 와중에 100권을 읽는다고? 열 받네. 그럼 나는 200권을 읽겠다.’라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그래서 아내 앞에서 선포를 했다.

1년에 200권을 읽겠다고 말이다.


나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일을 해나가는 것은 좀 약하지만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은 엄청 강하다.

그러니까 다른 것은 한비야를 따라갈 수 없지만 책 읽는 것만큼은 한비야를 꼭 이기고 싶었다.




사실 알랭 드 보통이나 유발 하라리나 한비야가 나, 박은석이라는 사람을 알 턱이 없다.

그런데 나는 감히 그들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경쟁을 한다.

그들이 내 도전을 받아들이든 말든 시합을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나 혼자만의 시합처럼 보인다.

시합 규정은 모두 내 맘대로 내가 정한다.

정정당당하게 실력 대 실력으로 경쟁하면 내가 처참하게 깨질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뒤통수치는 방법으로 경쟁한다.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시합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링 위에 그들을 불러올릴 생각은 없다.

나 혼자만 하면 되는 시합이다.

그래야 그들이 따라올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우승 트로피는 항상 내가 들어올린다.

경쟁자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모르는 말씀이다.

경쟁자가 없으면 경기는 열리지가 않는다.

경쟁자가 있기에 흥미가 돋고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도전하자!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항상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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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위에 언급한 세 분이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저에게 정식으로 경쟁하자고 하면, 음, 브런치의 제 칼럼들을 다 읽는 시합으로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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