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인생을 만나는 것이다

by 박은석


인생을 깊고 넓게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여러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한 번밖에 살 수 없기 때문에 그 대답은 불가능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면 가능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한 많은 곳을 여행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세계 여러 나라 여러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면 그만큼 인생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질 것이다.


한때 자기계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나카타니 아키히로는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라는 책에서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서 똥을 누어 보라’고 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지 말고 세계 여러 나라를 둘러보면 배울 게 많다는 것이다.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일본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배낭여행 붐이 일었다.

그러나 여행을 하려면 그에 맞는 시간과 경제적인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인생을 여러 번 살 수도 없고 여건상 많은 지역을 여행할 수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인생을 넓고 깊게 알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그것은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특히 여러 인생 군상들을 보여주는 소설은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다.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보면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인생을 만나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책은 나에게 부족한 재능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충전재 역할도 한다.

음악과 미술에 벽창호이지만 책을 통해서 음악가와 미술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삶과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분야의 전공자를 만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고 분위기를 잘 맞출 수 있다.

특히 모든 분야에 공통으로 접목되는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언제 어디서나 도움이 된다.




역사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다.

소설처럼 꾸며내거나 예술처럼 승화시키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후대에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서 조금씩 각색이 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에 얽힌,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여서 우리에게 실질적인 교훈을 준다.

그리고 어느 분야든지 그에 얽힌 역사가 있기에 역사를 알아가는 것은 인생의 지평을 넓혀가는 데 있어서 매우 유익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서 부담스러워한다.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고 몇 년도에는 무슨 사건이 있었다는 식으로 단편적인 암기를 해야 하는 분야로 여겨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를 쉽게 전하고 가르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어떤 사건이 수백 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전달하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그런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최선혜 작가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넣은 <슬픔도 미움도 아픔도 오후엔 갤 거야>라는 책이다.

얼핏 보면 작가가 살아온 날들을 끄적인 단순한 에세이 같다.

책장도 슬슬 넘어간다.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굽이굽이에 돌아보며 우리의 조상들은 이 비슷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는지 반추해보고 있다.

작가 자신의 삶도 녹록치 않았다.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그런데 견뎌냈다.

견뎌내고 있다.

역사 속 인물들에게 보란 듯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내 삶의 치유법’이다.

오전에는 흐렸지만 오후에는 개인 하늘이다.

쉽게 읽으려고 집었지만 만만하지가 않았다.

29개의 이야기마다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웃기도 하고 눈물도 흘렸다.

참 좋은 책이다.

그렇게 한 인생을 만났다.

아니, 역사 속 수십 명의 인생을 만났다.


(작가의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더없이 좋은 작품이 되었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인생을 만나는 것이다00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