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물감으로 나의 인생을 색칠해야 한다

by 박은석

한동안 우리 사회에 동성동본끼리는 결혼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살아가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우연히 성씨가 같은 이성에게 끌려서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다.

‘본관은 다르겠지,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는데 아뿔싸, 본관까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사랑을 물려야 하나?

지나간 세월 속에서 많은 청춘들이 이 법 조항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해야만 했다.


부모와 수십 번을 싸우고 기어코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친지들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결혼식장에 왔고, 신랑 신부는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겁먹은 표정으로 결혼식을 치렀다.

신부 측 친구들은 신부의 이름이 어머니 성씨로 바뀐 것을 보고 한동안 의아해하기도 했다.

유학을 받아들인 조선시대 이후에 우리는 동성(同姓) 간 결혼을 금하는 방향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세계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동성뿐 아니라 형제자매끼리, 혹은 사촌끼리 결혼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였다.

인류의 조상 아담과 하와에게서 태어난 아들과 딸들은 분명 오라비와 누이끼리 결혼했을 것이다.

근친 간 결혼은 권력자들에게 더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순수한 혈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오히려 가족끼리의 결혼을 장려하였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시저나 안토니오와 결혼하기 전에 자기 남동생과 결혼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고려시대에는 근친결혼이 흔하였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유목민 조상을 둔 몽골의 경우는 아예 성씨가 없어서 자신이 사귀는 사람이 근친인지 아닌지 알아보기도 힘들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야 한 지역에 머물러 사니까 씨족 중심의 문화를 이룰 수 있지만 유목사회에서는 그렇게 살아갈 수가 없다.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근친끼리 결혼을 하면 혈통 속에 있는 안 좋은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해질 확률이 높고 그로 인해 다양한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1864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툴르즈 로트렉(Toulouse-Lautrec-Monfa)이 그런 인물이었다.

그는 1천 년 이상 내려오는 프랑스의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

그의 부모는 원래 사촌지간이었는데 집안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결혼을 하여 로트렉을 낳았다.

그런데 로트렉은 허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어려서부터 병치레를 많이 했고 열서너 살 때 두 번에 걸친 사고 여파로 키가 자라지 않았다.

로트렉의 아버지는 152Cm밖에 안 되는 장애 아들을 매우 부끄럽게 여겨 가까이하지 않았다.

집안에서도 버려지고 인생에서도 버려진 것 같았지만 로트렉은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 일을 찾았다.

그것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아버지는 그를 더욱 싫어했다.




그는 파리의 대표적인 사교장이었던 물랑루주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다.

흥겨운 음악과 춤, 술잔이 오가는 가운데 탐욕적이고 공허한 표정의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여 훗날 포스터 그림의 효시가 되었다.

로트렉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났지만 37년 인생을 사는 동안 늘 불행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인생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화폭에 담으려고 했다.

그가 남긴 한마디의 말이 그의 삶을 대변해 준다.


“산다는 것은 아주 슬픕니다. 그래서 그것을 사랑스럽고 즐겁게 나타내야 하죠. 그것을 그리기 위해서 푸른색과 붉은색 물감이 있는 것입니다.”


모든 인생은 다 슬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사랑스럽고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손에는 각자의 인생 물감이 쥐어져 있다.

그것으로 우리 앞에 있는 인생 화판을 어떻게 칠해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 아래에 로트렉의 작품들을 링크해드립니다. 즐거운 감상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


https://100.daum.net/multimedia/89_25400010_i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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