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

by 박은석


다섯 살 때 트라코마에 감염되었는데 의사의 처방 실수로 시력을 잃을 뻔했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간신히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결핵으로 엄마를 잃었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걸핏하면 그녀와 동생들을 학대하였다.

그 때문에 남동생과 함께 친척집에 맡겨졌는데 친척들은 그들을 정신병원에 넘겨버렸다.

더군다나 남동생은 건강이 아주 약한 상태였다.

비록 어린아이였지만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동생을 돌보았다.

하지만 동생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린 소녀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 후로 그녀는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여러 의사와 간호사가 그녀를 치료하려고 하였지만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냥 세상을 등지고만 싶었다.

의료진들도 차츰 그녀에게 가까이하기를 꺼리게 되었다.




그때 그 병원에서 꽤 나이가 많은 노라라는 간호사가 그녀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그 간호사는 소녀에게 특별한 처방 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가까이 다가가서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신단다.”라는 말을 남기고 가는 게 거의 전부였다.

마치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애정을 가지고 무려 6개월 동안 끈기 있게 소녀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소녀는 삶의 소망을 다 잃은 상태였지만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차츰 마음의 병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아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었다.

시력이 좋지 못한 탓에 시각장애인학교를 갔지만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하였고 선생님이 되었다.

우등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여 시각장애인학교의 선생님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희망을 주었던 노라 간호사처럼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앞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자신이 원했던 일이라 믿은 그녀는 당장에 그 가정교사 자리에 지원하여 무려 48년 동안 그 아이의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위대한 여성으로 키워냈다.

그 선생님이 바로 앤 설리반이다.

헬렌 켈러의 선생님이다.


헬렌 켈러를 이야기할 때면 설리반 선생님이 꼭 따라온다.

설리반 선생님이 없었다면 헬렌 켈러도 잊힌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설리반 선생님을 가장 최고의 선생님으로 추앙한다.

하지만 노라 간호사가 없었다면 설리반도 어린 나이에 인생을 접고 말았을 것이다.

노라가 설리반에게 사랑을 베풀었기에 설리반도 헬렌 켈러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었다.

노라가 설리반에게 희망을 주었기에 설리반도 헬렌 켈러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다.




노라-설리반-헬렌 켈러로 이어지는 인생의 연결끈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노라의 사랑이 없었다면 설리반도 없었을 것이고, 설리반의 사랑이 없었다면 헬렌 켈러도 없었을 것이다.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가 노라든 설리반이든 헬렌 켈러든 기억조차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그들은 우리의 위인이 되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랑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사실 인간은 사랑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생명을 얻어 이 땅에 태어나게 된 것도 사랑의 결과이고 안정되게 성장하게 된 것도 가족과 이웃과 사회로부터 사랑의 돌봄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노라 간호사의 사랑을 받은 설리반이 그 사랑을 헬렌 켈러에게 베푼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푸는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