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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09. 2021

새벽 4시, 당신의 시간은...


새벽 4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참 낯선 시간이다.

그 시간에 무엇을 했다는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캄캄한 밤하늘인데 밤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고 그렇다고 아직 태양이 떠오르지도 않았으니까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날 밝을 무렵을 새벽이라고 하지만 도대체 몇 시부터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어떤 이에게는 밤 열두 시만 지나면 새벽이기도 하다.

그런데 4시라고 하면 누구나 새벽이라고 인정할 것이다.

잠에서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슬슬 아침을 준비할 시간이며 아직 잠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두서너 시간 더 잘 수 있는 꿈속 시간이다.


한때는 새벽 4시에 예배당에 가곤 했다.

4시 30분에 시작하는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려고 일찌감치 서둘렀었다.

모두 다 잠든 시간 같지만 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루를 마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새벽 4시에 깨어 있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데 스무 살 이후로 늘 새벽 4시에는 깨어 있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이어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이제야 마흔 언저리에 왔는데 삶의 이력이 화려했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살아보았단다.

순간 내 머릿속에 ‘그럼 몇 개 국어를 하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요즘 배낭여행족들이 많은데, 시간도 많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학 이후 그녀의 나들이는 대부분 누군가를 돕기 위한 봉사활동이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을 마치 제집처럼 세계 여러 나라를 들락거렸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고 실력을 다져왔다.

체구는 가녀린데 마음은 대양을 품었고 꿈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코이카에서도 전도유망한 자리에까지 올라가 있었다.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국위를 선양하는 귀한 단체이다.

나도 대학생 때 코이카에 지원하려고 했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어서 코이카를 안다는 것은 굉장한 고급 정보였다.

겨우 찾아갔는데 접수 마감되었다는 말을 듣고 아쉬워하며 돌아서야 했다.

그러니 나로서는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그녀의 출신 학교는 내가 졸업한 학교 옆에 있다.

목련과 진달래와 벚꽃이 바통을 이어가는 계절에는 온통 꽃밭이 되어버리는 학교다.

대학생이 되면 꼭 그 학교 교정을 가보라는 말이 있는 만큼 분위기 최고의 학교이다.

대학 4학년 때 운 좋게도 그 대학교의 부설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였다.

 한 달도 환상적이었는데 그 좋은 경치를 그녀는 4년 내내 누렸을 테니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그런데 그녀가 아프다.

많이.

많이.

몇 년 전 수술을 했고 재발이 되어 다시 수술했다.

그런데 또 아프다.

몸고생 마음고생 많았을 것이다.

얼마나 울어야 눈물이 마를까?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통증을 잊을까?

그녀는 담담한 필체로 자신의 아픔과 꿈과 소망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100세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해보니 그녀의 시간은 아침 9시라고 한다.

하루를 갓 시작할 시간인데 그녀는 하나씩 정리한다.

그때가 새벽 4시인가 보다.


제대로 앉을 수도 없어서 쪼그리고 엎드린 채 글을 썼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가 짓궂게 첫 책이 나오면 그다음에는 세계 40개국을 찍고 온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다.

그다음에는 또 다른 숙제를 내주겠다고 했다.


지난주에 그녀의 첫 책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이 나왔으니 이제는 내가 내준 숙제를 해줬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1년에 한 나라씩 썼으면 더 좋겠다.

그러면 그녀가 소원하는 80세 인생은 될 테니까...


(신민경 작가의 첫 책, 앞으로 40권이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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