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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4. 2021

책 읽는 시간은 인생살이를 위한 호흡 시간이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붙잡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쓴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라고 하였다.

나의 삶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꼭 수용소 생활을 겪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이 비슷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서들은 한결같이 꿈이 있다면 어떠한 역경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연하고 추상적인 ‘꿈’을 들이대지 말고 실제로 우리가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시시각각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오는 상황에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우리에게 묻는 책이 있다.

메리 앤 섀퍼가 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다.




이 책은 2차세계대전 말기에 영국령 건지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가난한 섬사람으로 살아가던 그들에게 어느 날 독일군이 들이닥쳤다. 

일상이 통제를 받고 키우던 돼지들도 빼앗기고 식량은 배급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건지섬 사람들은 꼼수를 부려서 돼지고기를 몰래 숨겨두었다가 어느 날 이웃들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 

하지만 분위기 좋게 식사 모임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만 독일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통금시간을 어긴 것이다. 

처벌은 가혹할 것이다.

 

그때 한 여인이 기지를 발휘했다. 

자신들은 독서토론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데 좀 늦었다고 말이다. 

더군다나 그날의 독서토론회는 독일식 정원을 찬미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독일군 지휘관이 그러면 나중에 그 독서토론회에 직접 방문하겠다고 하자 섬사람들은 졸지에 책을 읽어야만 했다.     




전쟁이 끝난 후 잘나가는 여류작가가 우연히 이 건지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려고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건지섬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책 읽는 시간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학교 근처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무식하다고? 책을 읽으면 된다. 

인생의 낙을 술 마시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책 속에서 더 큰 즐거움들을 찾을 수 있다. 

신앙심이 없었던 사람은 신앙을 알게 되었고, 고대의 사상가들과 세계적인 작품들을 읽으면서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과 희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상황 속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바라보며 즐거운 웃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흔히 책 속에 인생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저절로 그 말을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 힘든 시대이다.

여유를 가지는 것은 사치처럼 여겨진다.

한가하게 책이나 붙잡고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이라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더 불안하니까 몸이라도 움직이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깨닫고 역경에 대처하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


책 읽는 시간은 결코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가장 창조적인 일을 하는 시간이다.

색소폰의 거장 케니 G의 공연 중에 호흡 한 번 하고 길게 색소폰 음을 내뿜는 장면이 있다.

호흡 한 번 잘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호흡을 잘못하면 5초도 못 버틴다.

책 읽는 시간은 인생살이를 위해 호흡하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잘해야 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었다고 하니 언제 날 잡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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