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Feb 21. 2021

나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하루 스물네 시간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 

아니면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절대적인 시간은 세팅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내가 경험하는 일은 얼마 정도 될까? 

사람을 만난다면 몇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나의 하루 일과를 대충 헤아려본다.

새벽 4시 40분에 휴대폰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물 한 컵 마시고 새벽기도회를 간다.

컨디션이 좋으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고 컨디션이 별로이면 한 시간 더 잠을 잔다.

해롱대면서 몇 시간을 일어나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깔끔하게 한 시간 자는 게 낫다.

아침 식사는 간단히 해치우고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오늘의 일들을 살핀다.

오전에 일을 마치면 오후가 좀 편할 수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또 새로운 일이 더해진다.

조금 일에 몰두하다 보면 점심식사 시간이다.

골목 안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온다.




오후 1시부터는 업무에 좀 더 집중한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가락으로는 부지런히 타이핑을 한다.

전화도 하고 상담도 하고 희의도 한다.

오후의 시간은 날아가듯이 빨리 지나간다.

마치 일의 머슴처럼 업무들을 처리했다.

책상을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오면 하늘은 검정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어져가고 식당은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해진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주는 식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은 사생활 보호 영역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가끔 급한 연락이 오면 급한 대로 뛰쳐나간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 마지막 한두 시간은 그날의 숙제를 한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여 한 장의 글을 남긴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나의 하루가 꽉 맞물린 기계처럼 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과 시간 사이에는 항상 틈새가 있다.

그 틈새를 파고들어가는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




시간을 떼서 운동을 하고 취미생활을 하라고 말들은 하지만 현실은 나에게 너그럽지 않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다.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한꺼번에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지혜 말이다.

출퇴근길을 그냥 길바닥만 보고 가지 않는 것이다.

이어폰을 끼고 오디오북을 틀면 책 듣는 시간이 된다.

저녁에 산책을 하고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얼추 하루에 두 시간 가량은 책을 듣게 된다.

물론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지양한다.

가벼운 에세이와 잡다한 정보를 모은 책, 내용 전개가 잘 이어지는 소설책들이 좋다.


낮에 일을 하다가도 좀 뻐근할 것 같으면 음악을 틀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다.

나만의 취미와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그게 뭐 대단한 것이냐고 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커피를 언제든지 마실 수 있고, 듣고 싶은 음악을 1분 내로 찾아서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가능했다.




영조대왕이 오랫동안 식사를 못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왕이 식사를 못하니 신하들은 잔뜩 긴장하여 식욕을 돋우는 음식을 올린다고 난리였다.

그런데 그 좋은 음식들을 제치고 영조대왕이 택한 것은 고추장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고추장이 너무나 귀한 음식이었는데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흔한 것이 되었다.

영조 시대의 사람들이 보면 부러워 죽으려고 할 것이다.


커피는 또 어떤가? 

고종황제 때나 되어서야 서양 외교관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졌다.

그것도 중국식 음차를 우리말로 그대로 읽어서 ‘가배’라고 했다.

아무나 마실 수 없었다.

구할 수 있어야 말이지.

그때 그 귀했던 것을 지금 나는 전혀 부담 없이 즐긴다.

그 시간은 나를 귀족처럼 여기게 하는 시간이다.

나를 위한 사치의 시간이다.


하루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이렇게 머슴도 되었다가 귀족도 되었다가 천태양상의 모습을 띠면서 재미있게 보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