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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박은석
Feb 27. 2021
나는 대한(大韓)사람이다
어렸을 적에 선생님들은 우리가 일제의 침략을 받아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기간이 36년이라고도 했고 35년이라고도 하셨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언젠가 정확히 알고 싶었다.
숫자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숫자가 역사를 대변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숫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조정래 선생은 소설 <아리랑>의 서문을 쓰면서 일제 치하에서 목숨을 잃은 우리 민족의 숫자가 얼마일 것 같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가 제시되지도 않았다.
숫자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래 선생은 우리가 나치 히틀러에게 학살당한 유태인보다 더 심한 고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나긴 시간 동안 고통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매일 두려움에 사로잡혀 지냈기 때문이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병탄(倂呑)되었다.
한일합방이 아니다.
한일병합도 아니다.
합방이나 병합은 서로가 합의해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언제 우리가 합의한 적이 있나?
일제의 힘에 빼앗긴 것이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삼켜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종황제도 합방이라고 하지 않았고 빼앗겼다는 의미로 ‘병탄(倂呑)’되었다고 했다.
단어 하나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싶지만, 단어 하나가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합방이라고 하면 우리가 원해서 주권을 넘기고 일제에 동화되기 원했다고 하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병탄되었기 때문에, 억울하게 빼앗겼기 때문에 다시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긴 것이다.
단어 하나가 중요한 만큼 수치도 중요하다.
1945년 8월 15일에 광복을 했으니 일제 치하의 시간은 정확히 34년 11개월 16일이다.
단 하루도 억울한데 왜 35년, 36년이라고 하는가?
나는 34년이라고 하고 싶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체념하고 동화되어 갔다.
일제에 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고 하였다.
지식인들, 지도자들이 더 빨리 일제에 물들어갔다.
기미 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작성했던 육당 최남선도, 춘원 이광수도 변절하고 말았다.
민족대표라 불렸던 33인 중 상당수는 뒤끝이 좋지 않았다.
더 많은 책임을 감당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비난을 받는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 해도 넘어갈 수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기다” 하더라도 “아니다”라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국경을 넘어가서까지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민초들, 자신의 재산을 탈탈 털어서 군자금을 대 주었던 양반들, 백성을 깨우쳐야 한다면서 이역만리까지 가서 가르쳤던 선생들, 권총과 수류탄으로 일본 수뇌부들에게 뛰어든 의사들이 있었다.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외쳤던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귓전에 울린다.
대한의 사람이라면 <백범일지>에서 김구 선생이 꿈꿨던 나라를 보아야 한다.
<제시의 일기>를 통해서 상해 임시정부 요원들의 삶을 들어야 한다.
민족을 깨우려던 안창호 선생의 글들, 안중근 의사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윤봉길 의사가 네 살과 두 살 난 어린 아들들에게 남긴 편지를 읽어보아야 한다.
가만히 있었으면 밥 굶지 않고 살았을 사람들이다.
그러나 애써 고난의 길을 택했다.
내가 죽더라도 나라를 살리려 했기 때문이었다.
1994년 광복절 새벽에 집필 완료한 박경리 선생의 <토지>는 1945년 8월 15일의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으로 끝을 맺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마음속 깊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나는 대한(大韓)의 사람이다.
그분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대한을 길이 보전해야 할 대한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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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오래전에 작성하여 브런치에 올렸었는데 수정 보완하여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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