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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09. 2021

'그걸 몰랐었네' 인정하며 살기



내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잘 아는 듯 모르는 것 천지다.

"그건 내가 잘 아는데!"라며 호언장담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큰소리친 격이어서 부끄러웠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만 알고 있다는 비밀스러운 일조차도 그 잊어버리거나 헷갈리기도 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귀중한 것을 두었다가 정작 자신도 그곳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정말로 '아무도 모르는 곳 '이 되어버린 것이다.


분명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보지 못한 것, 들었다고 했는데 듣지 못한 것, 안다고 했는데 몰랐던 것이 너무 많다.

그러니까 현명한 사람은 "내가 잘 아는데..."라고 말하지 않고 "나도 잘 모르는데", "내 생각에는..."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 사람이 진짜로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지식이 불확실하고 부정확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한 마음의 표현이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거리에서 지혜롭다는 사람들을 죄다 만나본 결과 깨달은 지식이 이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잘 모른다. 

그런데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다. 

철학자들의 말장난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가르침이다.


인간관계 속에서만 보아도 이 가르침은 큰 유익을 준다. 

사람들은 모든 일에 잘 아는 척하고 똑똑한 척하는 사람 곁에는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나미가 떨어진다고 한다. 

오히려 좀 어수룩하더라도 잘 모른다고 하는 사람, 자기는 모르니까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냐며 오히려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사람 곁에 더 머물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모르는 듯 아는 사람이고 약한 듯 강한 사람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흰색 옷을 입은 팀과 검은색 옷을 입은 팀의 농구시합 영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흰색 옷을 입은 팀이 정해진 시간에 몇 번 패스를 하는지 세어보라고 하였다. 

그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은 흰색 옷을 입은 팀이 몇 번을 패스했는지 정확하게 세었다.

그런데 영상이 끝난 후 혹시 영상 중에 고릴라를 보았냐고 물어보니 무려 절반의 사람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사실 농구 시합 도중에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카메라 앞에 와서 가슴을 쿵쾅 두드리고 지나갔다. 

너무나 특이한 장면이어서 당연히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 외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이 실험을 토대로 두 교수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책도 발간했다.




우리 자신이 허점투성이임을 인정해야 한다. 

유럽 사람들은 중세시대만 하더라도 백조는 다 하얀색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호주에 가서 보니 검은색 백조도 있었다.

검은색이니 더 이상 백조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되었다. 

흑조라고 불러야 할 판이 된 것이다. 

그래서 블랙스완(Black Swan)이라는 새로운 말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 가지를 더 깨닫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내가 안다고 빽빽거리는 사이에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너무나 많이 놓쳐버렸다. 

천지만물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데 내가 다 알고 있다고 큰소리를 쳐 왔던 것이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사람들에게도 "그것도 몰라? 내가 확실히 아는데"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차라리 "그건 몰랐었네! 어떻게 그걸 알았어? "라는 말을 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텐데...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이제 아는 척 좀 그만하고 "그걸 몰랐었네!" 인정하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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