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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24. 2021

나는 지혜자인가?  멍청이인가?


사람이 서너 명만 모이면 꼭 멍청한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의 현실에서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우리를 멍청한 곳으로 이끄는 사람이 있다.

세 사람이 약속한 장소에 한 명이 늦게 와서 하는 말이 차가 밀려서 늦어졌다고 한다.

그러면 그 순간까지 왜 이렇게 늦어지나 성토하던 두 사람도 갑자기 변하여 금요일에는 차가 많다느니, 그 길에 사고가 났거나 공사 중이어서 그렇다느니 하면서 말을 거든다.

사실은 그가 늑장을 부린 것이고 늦게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그 진실은 가려지고 멍청한 논리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이런 일들이 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이란 작가는 이런 현상들을 모아서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라는 책을 썼다.

읽어보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읽는 순간 나 자신이 멍청해지는 것 같으니까.




그럼에도 책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은 다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믿고 다른 이의 생각은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은 사실이고 그 외의 것은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본능이 있다.

더군다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 증세가 심해진다.

우리 아이는 나쁜 짓 안 하는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됐다며 엄한 친구만 탓한다.

사실은 그 아들이 두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가 좋아하는 지도자는 못된 짓을 저질러도 “그럴 수도 있지.

지도자라면 그 정도 대범함은 있어야 해!”라고 두둔한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아홉 가지를 잘하다가도 한 가지를 못하면 어떻게 지도자라는 사람이 그럴 수 있냐며 자격이 없다고 욕을 해댄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간은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



     

지혜자와 멍청이는 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것 같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섭고 불안하다.

온갖 상념이 든다.

괜히 이 길로 왔나 후회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외나무다리 앞이다.

핑계를 대고 후회를 해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심호흡 깊게 하고 발이 떨리지 않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한 발작씩 내디뎌야 한다.

이런 사람이 지혜자이다.

그러니까 지혜자는 부화뇌동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한다.

호들갑을 떨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런데 멍청이는 어떤가?

말하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진다.

굳이 글로 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허둥대고 횡설수설하고 수다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한다.

그러면서 결국은 일을 다 망쳐버린다.

그다음에는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괜히 남의 탓만 한다.




지혜의 왕이라고 하면 솔로몬을 떠올린다.

그 유명한 재판 때문이다.

두 여자가 아기 하나를 놓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우겼다.

왕의 법정인데도 그 여자들은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솔로몬은 끝까지 듣고 있다가 한마디만 했다.

“저 아기를 반으로 갈라서 나눠줘라.” 그 한 마디에 재판이 끝이 났다.

그 한 마디에 진짜 엄마가 누군지 알게 됐다.

역시 지혜자는 다르다.

지혜자는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면서 말을 아낀다.

반면에 멍청이는 듣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을 함부로 한다.

지혜자와 멍청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둘 다 내 안에 숨어 있다.

내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오늘 하루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완전 멍청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 둘을 나누는 기준은 나의 말에 달려 있다.

말을 많이 하고 적게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말을 아끼느냐 아니면 말을 함부로 하느냐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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