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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18. 2021

잠 못 이루는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1년에 한두 번은 불면의 밤을 보낸다.

보통 새벽 한 시에는 잠을 이루려고 하는데, 두 시, 세 시까지 말똥거리면 서서히 초조해진다.

아침부터 이어질 하루 일과가 생각이 나면서 체력적으로 잘 배겨낼까 걱정이 된다.

한두 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된다는 강박증 비슷한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가 시계를 보면 네 시이다.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잠자기를 포기한다.

그때부터는 애써 노력해도 효과가 없다.

그날은 그냥 ‘죽었다’ 생각한다.


찬물에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일찍 출근을 한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잠을 못 이루는 원인이 무엇일까 떠올려보지만 딱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큰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새벽까지 끄적끄적 딴짓거리 하다가 늦게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아마 자야 할 시간을 놓쳐서 몸이 적응을 못한 것 같다.




불면의 고통은 동서고금의 많은 사람들이 느껴왔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는 한 달에 불과 몇 시간밖에 못 잔다는 사람도 있었다.

얼굴이 항상 하앻다.

남편이 한의사였는데 중국에까지 가서 공부를 했다.

자기 부인을 잠재우기 위해서 그 고생을 했는데 효과는 없었다.


나폴레옹은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잤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자라고 한다.

그래야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6시간 이상 잠자는 성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8시간 잠을 잔다면 인생을 잠자면서 소진해버리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작가들도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부류이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젊은 날 언젠가 밤을 꼴딱 새우면서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전국의 작가 연락처를 꺼내서 그 새벽에 한 사람씩 전화를 걸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여보세요?

나 이외수외다.

아직 잠 안 드셨네요.” 딸깍!




어떤 목적이 있어서 밤을 지새우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야 하는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잠을 자기 위한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봐야 한다.

눈을 감고서 양 100마리를 세라고 한다.

그런데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양 한 마리, 두 마리 세다 보면 정신이 더 또렷해진다.

그래서 이 방법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이 방면에서 연구한 사람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스위스의 교육가이자 철학자인 칼 힐티가 있다.

그의 책 제목도 마음에 든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이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면 더 불안해진다고 하였다.

그때는 오히려 자신이 믿고 있는 신과 대화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라고 하였다.

그중에서도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내의 말과 손길이 깊은 위안을 줘서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잠이 안 오는 밤에 사랑하는 사람 곁에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르르 눈꺼풀이 감겨 온다.

몇 번에 걸쳐서 “자니?”, “아니!”라는 말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용해진다.

그렇게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잠이 금세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눈을 떠보면 개운한 아침이다.


잠이 보약이라고 하는데 그 보약 같은 잠을 불러오는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맞다, 맞다!

잠을 못 이루는 이유는 내가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고, 내가 하는 일과 내 주변 인물들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으니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평온한 잠을 방해하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이, 나를 품어주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끓던 마음도 잠잠해질 것이다.

사랑은 조용히 다가와서 평안히 눈을 감기고 행복한 꿈나라로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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