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Mar 31. 2021

아이는 어른의 선생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괜찮은 사람 같았고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좋은 평을 해주곤 하는데 아이 앞에서는 큰소리만 치는 폭군이 되기도 하고 고집불통의 꼰대가 되기도 한다.

내 안에서 이런 모습이 도사리고 있었나 의아해하며 나 자신이 놀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천사와 같이 한없이 너그럽고 착한 모습도 나온다.

아이를 보면서 ‘사랑이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성급한 판단을 내리려다가도 아이를 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즉결심판을 내리려다가도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관용을 베풀기도 한다.


공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나이 육십에 이순(耳順)이라고 했는데 이해가 된다.

육십이면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 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곁을 떠나 자립할 나이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참고 또 참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순한 사람이 되어 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아이는 부모의 선생이다.




마더 테레사가 베네수엘라에서 한 부잣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집에서 어린이집을 지어달라며 수녀원에 땅을 기증했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방문했다.

그 집에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정겨운 시간을 보내던 중에 테레사는 그 집에 심한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 어머니에게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때 아이 어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이 아이의 이름은 사랑의 교수님이랍니다.”라고 하였다.

그게 무슨 말인지 다시 묻자 “이 아이는 우리에게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에요.”라고 대답했다.


테레사는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토록 심한 장애를 가졌고 그토록 일그러진 모습을 지닌 아이를 ‘사랑의 교수님’이라고 부르며 아이에게 배운다는 그 부모를 보며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고 한다.

모든 아이는 다 부모의 스승이다.




아이에게서 배워야 한다.

아이로부터 배워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배우고 아이의 말을 배우고 아이의 행동을 배워야 한다.

어른처럼 사는 것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아이처럼 사는 것을 배워야 한다.


아이의 마음은 항상 호기심이 많아 끊임없이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이게 뭐야?”라는 말을 달고 산다.


아이의 마음은 항상 긍정적이다.

그래서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넘어지는 것도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웃어댄다.


아이의 마음은 늘 다른 사람을 공감한다.

웃는 사람 앞에서는 더 신나게 웃어주고 우는 사람 앞에서는 더 서럽게 운다.


아이는 감정 표현이 서툰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대범하다.

아이에게 철천지원수는 없다.

모든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고 모든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


아이는 약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을 한없이 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어머니는 강해진다.     




아이가 다 컸다고 해도 부모에게는 언제까지나 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아이 곁에 가면 여전히 배울 게 많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 유행과 문화, 그리고 넓은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를 가까이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데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그런 사람에게 다시 묻고 싶다, 아이가 당신에게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가르쳐주는데 그 학비는 얼마인지 아느냐고 말이다.


세상 모든 아이는 다 어른의 선생이다.

가만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 얼굴 표정만으로도 어른에게 가르쳐준다.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거 없어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어찌어찌 해결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푹 주무세요.’

아이는 그렇게 어른을 가르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덩케르크를 기억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