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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30. 2021

덩케르크를 기억하자

미얀마 국민들을 생각하며...


2차 세계대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의 하나로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든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영국과 프랑스 등 연합군의 개입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의 규모가 더욱 크고 넓어지자 독일은 전쟁물자 확충을 위해서 노르웨이와 벨기에 등 철강생산이 많은 지역을 침공하였다.

그와 동시에 연합군의 후방을 돌파하여 영국해협을 향해 밀고 나갔다.

연합군이 제 때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파죽지세로 몰려온 독일군은 연합군을 프랑스 땅에서 포위하고야 말았다.

병사들도 사람인 이상 먹을 음식과 전쟁물자가 공급되어야 싸울 수 있는데 보급품을 주고받을 길이 다 차단되었으니 제대로 싸울 수도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할 게 뻔했다.

그래서 연합군은 대대적인 철수작전을 벌였다.

그게 바로 작전명 ‘다이나모’라고 불리는 덩케르크 철수작전이다.




하지만 철수작전도 만만치 않았다.

독일군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움직였다.

엄폐물 하나 없는 넓은 해안에 집결한 40만 명의 연합군은 자칫하면 독일군의 폭격에 무방비상태로 당할 처지였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철수작전 기간에는 잔뜩 흐린 날씨가 계속되었다.

폭격을 받은 기름탱크에서는 새까만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와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 여파로 독일 폭격기들은 목표물들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연합군 병사들은 서둘러 영국 전함과 수송선으로 뛰어들었다.

작은 보트들이 수없이 병사들을 실어 날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또 하나 일어났다.

구출해야 할 병사들이 너무 많았다.

당시 연합군 측에서는 덩케르크에서 구출할 수 있는 병사를 고작 4만 5천 명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 정도만이라도 구출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전함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늘이 도운 기회인데 배가 없어서 병사들이 탈출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 40만 명의 병사들이 덩케르크 해안에서 전멸당할 처지였다.

바로 그때, 영국의 고깃배들이 덩케르크 해안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권총 한 자루 없는 무방비상태의 나약한 어민들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한 사람의 군인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식한 어민들은 그렇게 자신의 목숨과 자신의 전 재산인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왔다.

그들의 희생으로 무려 9일 동안 진행된 이 철수작전에서 영국군 22만 명을 포함하여 무려 34만 명의 연합군 군사들이 영국으로 철수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이 재무장하여서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후에 영국에서는 국가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모아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자며 ‘덩케르크를 기억하자’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역사는 누가 만들어 가는가? 

위대한 지도자나 잔악무도한 폭군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면 굉장히 단순한 생각이다.

제아무리 출중한 인물일지라도 한 사람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도 없지만 나라를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민초들에 의해서 역사가 이루어진다.

혼자 있으면 무참히 짓밟히는 한 포기 풀과 같지만, 그 풀들도 뿌리와 뿌리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 큰 바위를 옮기는 거대한 힘이 된다.

그래서 현명한 지도자는 백성을 보기를 하늘을 보듯 하라고 했다.

민심이 천심이다.

백성을 아프게 하면 천벌을 받는다.

역사가 수도 없이 증명한다.

그런데 자기가 뭐 대단한 존재라고 백성들 위에서 군림하려는 것들이 보인다.

조금만 있어봐라.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미얀마의 상황을 보면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저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미얀마의 소리를 듣는 것만이라도 꼭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랬듯이 그들도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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