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Apr 12. 2021

편두통은 왜 나를 좋아할까?


가끔 편두통을 앓는다.

그냥 머리 아픈 것이 아니라 머리의 한 부분에만 통증이 오니까 편두통이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이놈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데 도대체 이놈은 왜 나를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놈이 나를 찾아오는 때가 어떤 날인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웃기게도 나의 편두통은 패턴이 있었다.

내가 몸을 혹사시키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서 피곤한 하루를 보낸 다음에 일이 끝나고 마음껏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면 여지없이 편두통이 찾아왔다.

잠도 푹 자고 실컷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머리가 띵하게 아파오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었다.

쉴 때는 무조건 몸도 마음도 편할 줄 알았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화장실 잘 다녀오면 건강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편두통은 그런 나의 생각과 지식을 뭉개버렸다.

우리 몸에는 우리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율신경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우리 몸의 각 기관은 대부분 대뇌의 명령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e)’라는 것은 대뇌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우리 몸을 조절한다고 한다.

자율신경은 우리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빠르게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운동신경이다.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감신경은 위기에 대처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부교감신경은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몸의 에너지를 보존한다.

그래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재빨리 작용하여 눈의 동공을 크게 하고 심장을 빨리 뛰게 하며 혈관을 수축시킴으로써 몸 전체에 위험 신호를 보낸다.

위험한 상황을 잘 모면하면 그다음에는 부교감신경이 작용하여 눈의 동공을 수축시키고, 심장박동을 억제하여 호흡을 천천히 하게 해 주고,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몸을 안정시킨다.




길을 건너는데 자동차가 돌진해온다면 교감신경이 재빨리 작동을 하여 깜짝 놀라게 하고 몸을 피하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자기가 무슨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양반 가문 출신이라고 태연하게 걸어간다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긴장 상태가 이어진다면 그것도 큰일이다.

정상적인 사람의 심장박동이 1분에 72회 정도인데 교감신경이 작용하여 심장박동이 80회 이상으로 계속 치솟게 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때에는 부교감신경이 빨리 심장박동을 억제하여 정상수치로 만들어야 한다.

교감신경이나 부교감신경 중 어느 하나에 문제가 생겨서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오면 편두통, 두통, 현기증, 고혈압, 저혈압, 부정맥, 이명증, 근육통, 과호흡증 등 신체 전반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서로 적당한 긴장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야만 우리 몸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살펴보고 나니까 내가 편두통을 앓는 이유는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서로 충돌해서 생기는 것 같다.

그 녀석들도 나름대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해왔는데 내가 억지로 한 놈은 높이고 한 놈은 눌러버려서 탈이 나는 것이다.

내가 높이는 그 한 놈은 주로 교감신경일 것이다.

성격 급하고 일 좋아하고 늦게 자고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교감신경을 자극하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푹 쉬려고 하는데 부교감신경이 어색한 것이다.

그래서 내 머리를 찌르면서 ‘이렇게 살지 말라고!’ 야단을 치는 것이다.

조물주께서 내 몸에 이상이 생기면 재빨리 응급처치할 수 있도록 자율신경계까지 만들어주셨는데 나는 그 있는 것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좋은 것을 망가뜨리고 있다.

그 녀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복수하고 싶겠지.

그러니까 나는 편두통으로 고생해도 싸다. 싸!


매거진의 이전글 부끄러운 줄 알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