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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18. 2021

내 안에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라


바스쿠 다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길을 개척하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유럽인들의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돛단배들이 바다로 헤집고 다녔다.

그 배들은 아시아의 차와 향신료를 싼 값에 구입하였고 아메리카 대륙의 금과 은을 손쉽게 얻었다.

그것들을 가지고 유럽으로 돌아와서 비싼 가격에 판매하였다.


하지만 모든 배들이 다 횡재를 한 것은 아니다.

바다는 그 속을 알 수 없기에 수많은 배들이 난파되어 수장되었다.

겨우 육지에 도착했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오는 배들도 있었다.

그렇게 빈손으로 돌아가면 빚진 돈을 갚지 못해 인생이 끝날 게 뻔했다.

그 길을 택하느니 차라리 바다의 도적이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대항해를 완수한 배들이나 바다에 수장된 배들이나 해적선이 된 배들 모두 보물을 얻으려고 했다.




대항해시대로부터 몇 백 년이 지난 후에 영국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은 <보물섬>이라는 소설을 써서 대 인기를 누렸다.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 짐 호킨스인 것처럼 착각하여 보물섬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외눈박이이자 한쪽 다리를 잃은 실버 선장을 만나려고도 했다.

아무리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보물섬에 대한 환상은 쉽사리 걷히지 않았다.

지금도 낡은 지도를 들고 보물을 찾으러 나선 사람들이 숱하게 많다.


보물섬이 없으면 보물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든 물질은 그 안에 보물이 들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 보물을 둘러싼 껍질들을 다 녹여 없애면 그 안에서 찬란히 빛나는 보물인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비밀스러운 장소에 실험실을 만들어서 온갖 물질들을 불에 태우고 녹이곤 했다.

그야말로 연금술사들의 전성시대였다.




지금에야 그것들이 다 헛된 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선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었고 연금술 실험을 하다가 새로운 물질을 얻기도 했다.

그러니까 보물은 있기는 있다.

그게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를 우리가 모를 뿐이다.

파울로 코엘류는 <연금술사>라는 책에서 그 보물은 우리 안에, 내 안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직접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책을 보면 그 말을 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자신을 둘러보아도 귀중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냥 평범한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1975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한국인이 있었다.

그 세계에서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다.

동양인이고 여성이어서 직급이 올라갈 것 같지도 않았다.

책이나 잘 정리하며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꼼꼼하게 책을 정리하고 관리하였는지 도서관 깊숙한 곳에 켜켜이 묵은 낡은 문서들을 발견하였다.

도서관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서인 줄 알고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사람 박병선 선생은 그 문서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어떻게 그곳에 왔는지 조사하였다.

그 문서들은 바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훔쳐간 것들이었다.

더군다나 그 문서들은 조선의 임금이 행차할 때의 상황을 그림과 글로 정리한 <의궤>였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왕의 행차를 그렇게 상세히 정리한 자료가 없다.

오직 우리에게만 있었다.

그 귀한 보물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 35년이 지난 2011년에 우리는 그 보물을 겨우 되찾아올 수 있었다.

그것도 임시적이지만 말이다.

보물이 어디 있냐고?

내 안에 있다.

꼭꼭 숨어있는 그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박병선의 눈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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