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지 마! 겁은 안개와 같아

세상의 모든 취준생들을 응원합니다!!!

by 박은석


“네 아버지는 뭐 하시는 분이시니?”라는 질문을 들으면 대번에 대답할 수 있었단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한 사람이 평생 종사할 수 있는 직업이 있었지.

그게 고작 한두 가지였지만 그 일로 대여섯 식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었어.

물론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살아가면서 집에 물건이 하나씩 늘어났어.

새로운 옷장도 들어왔고 텔레비전도 냉장고도 자동차도 들어왔어.


스무 살 넘어서 직장을 잡으면 평생직장이라고들 했어.

한 곳에 진득하게 자리 잡아야 잘사는 것이라고 했지.

직장을 옮긴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었어.

직업을 서너 번 바꾸면 일을 못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았어.

충실하게 일하고 조직에 충성해야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지.

집은 옮겨도 직장은 옮기는 게 아닌 줄 알았어.

윗사람들은 나를 이끌어줄 사람들이고 아랫사람들은 나를 밀어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한평생을 살았으니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었어.

친구들 중에서 이 일은 누가 잘 알아 하면 끝이었지.

그런데 그거 알아?

전문가는 자기가 하는 일밖에 몰라.

다른 일에는 젬병이지.

다른 일에는 다른 전문가가 있어야 했어.

같은 회사의 사람들을 만나면 할 얘기가 많았지만 다른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가 끊어졌지.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몇 마디 안 되었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지만 우물 안에서도 살아가는데는 지장이 없었어.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가 버렸어.

이제는 그렇게 살 수가 없지.

직장도 그때그때 다 달라.

20대 때 다닌 직장과 30대 때 다닌 직장이 다르고 40대와 50대 때에도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지.

한 직장에서 은퇴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일을 배우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지.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전에서 사라지고 대신에 ‘평생취준’이라는 말이 등재될 것 같아.




무엇인가 시작하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겠어?

그런데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어.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그 분야에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어.

그러면 하기가 싫어지지.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일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고 보면 돼.

①하고 싶은 일이면서 그 분야에 능력이 있는 일,

②하고 싶은 일인데 능력이 안 따라가는 일,

③하기 싫은데 그 분야에 능력이 있는 일,

④하기 싫기도 하고 능력도 없는 일이지.

이 중에서 취사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할 때가 있어.


생각해 봐.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하는데 부모가 귀찮다며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

하기 싫어도, 음식을 잘 못해도 해야만 하는 거지.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지식인들은 유학을 하고 와도 일을 할 수가 없었어.

일제가 지식인들에게는 일자리를 못 얻게 방해를 했거든.

학교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굉장한 기회였어.

그런데 학교에 가면 일제가 요구하는 것을 가르쳐야 했거든.

못 할 짓이잖아?

그래서 하루 종일 다방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줄담배만 피우며 시절을 죽이기도 했어.

천재 시인이라고 했던 이상도 마찬가지야.

<날개>를 보면 딱 자기 모습이잖아?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골방에 갇힌 사내야.

골방에 갇혀 지내기만 하면 안 돼.

거기서 나와야 해.

일단 골방에서 나와야 날갯짓을 하든지 뛰든지 하지.


겁먹지 마!

겁은 아침 안개와 같은 거야.

조금 있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안갯속을 걸어갈 때는 모두가 두려워.

하지만 처음에는 희미했지만 점점 선명해질 거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다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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