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나침반을 보고 가자!

by 박은석


길눈이 밝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운전을 할 때 지도만 쓰윽 훑어보고는 제때에 목적지까지 잘 찾아갔다.

지도라는 게 세계 공통적으로 위쪽은 북쪽이고 아래쪽은 남쪽으로 그린다.

자연스레 왼쪽은 서쪽이고 오른쪽은 동쪽이다.

그리고 지도에 길을 표시할 때에는 나름대로의 고유번호가 있다.

세로로 오르내리는 길인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은 길은 홀수 번호이다.

그리고 가로로 오고 가는 길인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짝수번호이다.


그러니까 태양의 위치를 보고 지도의 동서남북을 맞춘 다음 도로표지판에 적혀 있는 도로 번호를 보면 지금 내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무턱대고 도로번호만 보고 가다가는 목적지와 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도로표지판에는 도로번호와 함께 그 도로가 연결되는 도시를 표기하고 있다.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도로에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운전자들을 돕고 있다.




길이 안전하지 않았던 옛날 사람들은 여행 중에 곤란한 일을 종종 당하였다.

일정을 잘못 잡으면 인가가 전혀 없는 깊은 산속에서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공포의 밤을 보낼 수도 있었다.

말이나 가마를 타고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걸어서 여행을 했기에 하루에 많이 걸어도 100리길 즉 40킬로미터 정도밖에 갈 수 없었다.

그것도 한 시간에 4킬로미터씩 10시간을 걸어야 가능한 거리이다.


그런데 자신이 어느 정도 걸었는지 계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마을에서부터 5리(2Km) 정도 되는 거리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10리 되는 길에 또 한 그루를 심었다.

이렇게 5리마다 심은 그 나무를 ‘오리나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오리나무를 몇 번 보았느냐에 따라서 그날의 여행거리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리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곧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오늘날은 문명의 이기가 많이 발달되어 전국 어디서든지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이 인공위성에서 보내주는 현재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의 기본원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지도와 나침반이 들어있다.

지도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앞으로 내가 가야 할 위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침반은 내가 가야 할 목적지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가리켜준다.


목적지가 5Km 남았다고 하더라도 아무 쪽으로나 가서는 안 된다.

방향을 거꾸로 잡으면 5Km 거리였던 것이 10Km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도 위에 나침반을 잘 올려놓아서 정확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길 한복판에서 내비게이션 조작 미숙으로 출발지점과 목적지를 바꿔버렸던 적이 있었다.

급한 마음에 빨리 달렸는데 점점 더 목적지와 멀어졌던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하였다.




오늘도 나는 사거리 길 위에 서 있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목표로 삼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지도를 꺼내서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곳이 어느 방향인지도 보아야 한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항상 지도의 위쪽은 북쪽이다.

그리고 나침반의 바늘은 남쪽을 가리킨다.


내 마음이 어지럽다고 지도를 아무렇게나 펼쳐서는 안 된다.

나침반 바늘이 파르르 떨릴 때는 움직일 때가 아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말을 듣느라고 나침반을 자꾸 건드리면 안 된다.

사방이 조용해질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한다.

지도 위에 나침반이 잘 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이 방향을 찾을 때까지 제발 좀 멈춰 있어야 한다.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는 괜히 멀리 한 바퀴 돌아오게 된다.

지도 위에서 한없이 떨리던 나침반의 바늘이 멈췄다면 이제 출발이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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