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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3. 2021

새들이 침묵하지 않는 봄이어서 다행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에서 까치 소리, 참새 소리가 들린다.

어디에 앉아 있는지는 모르는데 반가운 손님이라도 온다는 듯이 노래를 부른다.

그래도 명색이 도시인데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동네가 까치마을이어서 까치가 많이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가 있다는 것은 그들이 먹을 양식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새들이나 먹을 게 있어야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비가 오고 나서 지렁이 몇 마리가 길바닥으로 올라온 게 보였다.

징그럽다며 피해 다녔던 지렁이인데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여기가 지렁이도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의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렁이 외에도 내 눈에는 안 보이지만 온갖 곤충들이 이 동네에 있을 것이다.

새들은 그것들을 먹이 삼아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게 뻔하다.

새우깡을 먹는 것보다 그것들을 먹고 살아가는 게 새들에게도 훨씬 낫다.




도시에는 징그러운 곤충이나 새들이 없이 깔끔하고 오직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만 사는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사람들만 살아갈 수는 없다.

세상에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이 곧 지옥이 될 것이다.

1959년에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장수풍뎅이가 박멸작업을 벌였다.

장수풍뎅이를 싫어하는 똑똑하고 힘이 센 양반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벌인 일이었다.


세계대전을 벌이면서 비행기도 많이 만들었고 화학약품도 많이 개발하였다.

비행기에다 화학약품을 싣고 하늘에서 뿌려대면 되었다.

물론 인체에는 해가 없고 오직 장수풍뎅이처럼 째끄만 곤충만 죽이는 약품으로 골랐다.

그렇게 해서 살충제를 살포했더니 정말로 장수풍뎅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성공이었다.

똑똑하고 힘이 센 양반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려고 할 때 여기저기서 세상이 이상해졌다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 했다.




분명히 살충제는 장수풍뎅이를 죽였다.

그런데 장수풍뎅이를 먹이로 삼고 살아가던 작은 새들이 살충제에 중독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작은 새들을 먹이로 삼았던 큰 새들이나 고양잇과에 속하는 짐승들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죽음이 큰 죽음을 불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는 그 지역 전체에서 새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고양이도 자취를 감추었다.


새들의 떼죽음은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아닌 게 아니라 어린아이들에 게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이상한 질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양반들은 장수풍뎅이를 잡았다며 자랑하고 있었다.

새들이 죽은 것은 장수풍뎅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도 했다.

너무 어이없는 사실은 살충제 살포가 탁월한 방법이라면서 이웃 도시들에서도 배워갔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다들 똑똑한 줄 알았는데 세상 최고의 바보들도 많이 있었다.




곤충들이 사라진 마을에는 꽃들도 피지 않았다.

그 이유를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알았다.

꽃 사이를 오가는 벌과 나비, 곤충들이 없으면 꽃들도 사라진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새들의 소리가 안 들린다고 생각해 보라.

하루쯤이야 ‘어? 조용하네!’ 하며 지나갈 수 있겠지만 이틀 사흘 지나면 세상이 이상하다는 두려움이 밀려올 것이다.


세상은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레이철 카슨은 “봄이 찾아왔는데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사라져버린 침묵의 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외쳤다.

그녀가 펴낸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라는 책은 우리의 지구 환경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강한 경고음을 울려주었다.

어느덧 내 곁에 봄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까치와 참새의 소리를 듣는다.

오늘 지저귀는 저 소리는 분명 반가운 손님이 왔다는 신호일 것이다.

반갑다 까치야, 참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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