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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4. 2021

우리나라 최고의 종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심이 깊다고 한다.

반만년 역사 고구려, 백제, 신라가 모두 불교를 받아들여서 천년을 불심으로 지냈다.

고려 말에 유교가 전해지면서 500년은 유교를 신봉했다.

조선 후기에 천주교가 들어와서 모진 박해를 받았지만 잘 정착하였다.

그 뒤에 기독교가 전래되어 15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국민의 1/4이 기독교를 믿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민족종교로 태어난 천도교를 비롯하여 여러 종교가 자생하여 터를 잡고 있다.


국립공원 높은 산에도, 깊은 골짜기 안에도, 경치가 빼어난 바닷가에도 ‘비나이다 비나이다’ 종교가 있다.

제발 촛불을 피우면서 종교 행위를 하지 말라는 지자체의 경고문이 붙은 자리는 그 경고문이 오히려 광고문이 되기도 한다.

지자체에서도 인정하는 명당이라는 생각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불을 피우지 말라고 했으니까 불을 안 피우면 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큰소리친다.




이 여러 종교 중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종교는 무엇일까?

불교?

기독교?

천주교?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종교는 ‘대학교’이다.

말장난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또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여 좋은 집안을 꾸릴 수 있다고 믿는다.

스무 살 이후의 인생은 대학교가 책임질 것이라고 믿는다.


대학교 홍보물에도 그렇게 적혀있다.

세계로 뻗어갈 것이라는 등, 미래의 인재가 되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등, 온갖 좋은 말은 다 집어넣었다.

그러니 대학교를 안 믿으래야 안 믿을 수가 없다.

대학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전국적으로 매년 40만 명의 신입회원을 받는다.

각자 돈보따리를 싸 들고 들어온다.

최소 2년 길게는 10년 넘게도 그 안에서 지낸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최고의 종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더니 대학교에 대한 압박감이 몰려오는 것 같다.

아직 첫 시험을 치르지 않은 상태라서 반 친구들의 학업 수준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다.

내신 등급이 대학 입학에 상당히 많이 반영된다고 하니 수업시간에도 모두들 열심이라고 한다.

학원도 여러 군데 다니고 밤늦은 시간까지 독서실에 틀어박혀 있다고 한다.

더 가르쳐주고 싶은데 집안 경제적인 형편과 조율을 해야 하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짐짓 모른 척한다.

가끔씩 한마디씩 하기는 한다.

“학원 많이 다닌다고 공부가 되는 게 아니야.

자기 주도적인 공부를 해야 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맞지 않는단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학원에서 요령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잘하는 애들은 더 잘하기 위해 학원에 가야 한다고 한다.

이야기의 끝은 항상 동일하다.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의 성적을 높여준다고!”




학교에서도 난리인 것 같다.

아무리 평준화 지역일지라도 고등학교마다의 인지도가 다르다.

고등학교의 인지도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최근에 서울대학교에 몇 명을 보냈냐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 서울’ 대학교에 얼마나 많이 보냈냐는 것이다.

뭐... 인정한다.


예전에도 그랬다.

나 때도 그랬다.

대학 합격자 발표 후에는 학교 정문에 플래카드도 걸렸었다.

모교를 빛낸 인물들이라고 했다.

선생님들은 저런 선배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혹시나 내 이름도 학교 정문에 걸리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었다.

플래카드에 이름이 실리지 못해서 그런지 모교를 빛낸 인물은 되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 괜찮게 살고 있다.


지나가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대학교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아이를 보면 ‘그래도’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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