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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04. 2021

꼭 1등을 해야 하나요?


우리나라 경제력은 세계 10등 안에 들어왔다.

군사력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나들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굉장히 뿌듯해한다.

반면에 출산율은 거꾸로 1등이다.

자살률도 최근 몇 년 동안 OECD국가 중에서 1등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률도 한때는 1위라고 했던 것 같다.

이런 거는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꼭 순위를 매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사람들을 독려하는데 순위가 필요하기도 하다.

기왕이면 조금만 더 노력해서 한 계단 올라가자고 힘을 북돋울 수 있다.

또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때도 숫자가 유용하게 쓰인다.

서로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꼭 이런 숫자이어야 하나 싶다.

설령 숫자로 목표를 제시하더라도 좀 넉넉하게 하면 안 될까 싶다.

숫자가 나오면 항상 목표는 1등이다.

‘8등 목표, 9등 목표!’ 이런 타이틀을 본 적은 없다.

항상 1등이다.




물론 올림픽 경기 같은 경우 객관적으로 메달을 어느 정도 획득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목표치가 좀 더 구체적이 된다.

그런데 한동안 우리의 관심은 무조건 금메달이었다.

나라별 순위를 매길 때도 금메달을 몇 개 땄는지에만 관심이었다.

금메달 순위만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은메달리트나 동메달리스트는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큰 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반면에 다른 나라 선수들을 보면 동메달이라도 획득하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TV화면에 잡혔다.

그러면 우리는 ‘뭐, 동메달밖에 못 땄으면서 자기가 1등 한 줄 아네.’하며 비아냥거리곤 했다.

1등 외에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 외에 전체 획득한 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도입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종종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30년은 더 걸려.’ ‘우리는 냄비 근성이 있어서 아직은 안 돼.’ ‘일본은 얼마나 질서를 잘 지키는데 우리는 너무 무질서해.

아직은 멀었어.’ 이런 말씀들을 하셨다.

내가 비록 힘이 없어서 듣고만 있었지만 정말정말 기분이 나빴다.

왜 꼭 일본과 비교를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땅 크기도 다르고 인구 숫자도 다르고 경제력도 달랐다.

그런데 일단은 일본 정도는 가뿐히 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전 세계에서 일본 사람을 ‘일본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중국 사람을 ‘짱깨’라고 하고 미국 사람을 ‘양키’라고 하는 나라도 우리밖에 없다.

일단은 무시한다.

왜냐하면 걔네들이 1등을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잠깐 방심한 탓에 1등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꿈도 야무진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철학자 중에 이름만 들어도 분위기 착 가라앉는 쇼펜하우어란 사람이 있었다.

어렸을 때 자신이 어머니에게 학대당했다며 다 큰 어른이 되고나서 어머니를 고발한 저력이 있다.

결국 어머니를 이겨서 보상금을 두둑하게 챙겼다.

자신의 생각이 당대 최고라고 여겼다.

대학교수도 되었는데 학생들이 우르르 헤겔이라는 교수에게 몰려가는 게 보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헤겔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헤겔과 같은 시간에 강의를 연 것이다.

첫 시간에 4명이 왔다나?

나중에는 그 학생들도 헤겔에게 가버렸다고 한다.

쇼펜하우어는 학생들이 무식해서 천재 강사인 자신을 몰라보고 허풍만 떠는 헤겔에게로 간다고 했다는데 내가 그 시절 학생이어도 쇼펜하우어에게 안 갔을 것 같다.


꼭 1등을 해야 한다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삶의 대부분은 1등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꼴찌어도 편하게 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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