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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8. 2021

뭘 좀 먹어야 살지!


가능하면 하루 세끼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

제대로 상을 차려서 먹지는 못하더라도 무엇인가는 먹는다.

끼니를 거르면 배고픈데 배고픈 건 싫다.

그래도 금식을 해 본 적이 몇 번 있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12시간가량 금식을 하라고 한다.

저녁 7시 이전에 식사를 하고 나면 밤중에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모르겠다.

습관적으로 물 한 잔 입에 넣다가 아쿠쿠 하면서 뱉어낸 적도 있다.


신앙적인 이유로 그분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며칠 동안 금식을 해 본 적도 있다.

금식을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금식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식욕이 돋는다.

평상시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떠다닌다.

그야말로 먹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 된다.

그렇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살아가려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괴로운 일을 당하여 입맛이 없다며 도통 먹지 않은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뭘 좀 먹어야 살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하루 세끼 식사는 20세기 후반에 태어나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축복이다.

그것도 지구촌 75억 인구 중의 1/3 정도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아침식사를 뜻하는 영어의 Breakfast도 금식(fast)을 끝낸다(break)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이 형성될 때에는 저녁식사를 할 수가 없어서 굶은 채로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일을 해야 하니까 뭘 좀 먹었다.

자연스레 아침밥을 먹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라는 인식도 있었다고 한다.

서양 고전문학을 보면 귀족들은 밤늦게까지 만찬을 하고 오전 시간은 잠을 자며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게 귀족의 특권이자 일상이었다.


우리나라도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이 많았다.

반만년 역사 속에 먹을 게 부족했던 시간이 반만년이었다.

언제 한번 배부르게 먹고 싶다는 게 소원이라고들 했다.

잘 먹고 죽으면...

좋다고 했다.




“밥이 없으면 라면이라도 끓여서 먹지.”라는 말은 철없는 요즘 애들의 말이다.

라면이라는 것도 쌀이 없으니까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쌀보다 싼값으로 만들어낸 음식이다.

그래서 전세게 라면 중에서 우리나라 라면이 제일 든든하다.


영조대왕 시절에는 그 귀한 쌀로 술을 빚어서 마시면 되냐며 금주령을 내린 적도 있다.

이 명령을 어긴 신하를 참수했다는 기록도 있다.

아예 임금님이 백성들의 식단을 정해준 적도 있다.

일식삼찬은 그렇게 전해온 것이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수원 화성에서 열었다.

그때 화성에 거주하는 백성들 중에서 나이 많은 이들 384명을 초대하여 식사를 제공하고 지팡이를 선물하였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노인들에게도 음식과 선물을 보냈다는데 임금께서 주신 음식을 먹은 백성들은 이제 죽어도 원이 없겠다고 했을 것 같다.

“나 임금님에게 식사 대접받은 몸이야.

건들지 마!” 했겠지.




먹어야 한다.

입은 먹으라고 있는 것이다.

입이 먹지 않으면 큰일 난다.

100년 전에 선교사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이 꼭 못난이인형 같다.

꾀죄죄하고 무표정한 얼굴이다.

한눈에 봐도 배고파 보인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다들 이쁘고 잘 생겼다.

똑같이 한반도에서 태어난 아이들인데 이렇게 달라 보이는 이유는 예전에는 못 먹었고 지금은 잘 먹기 때문이다.


아무리 100만 대군이라 하더라도 못 먹으면 싸울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전쟁도 먹는 것 때문에 결판이 났다.

인천상륙작전이 위대한 것은 공산군의 먹거리 보급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인해전술을 펼친 중공군일지라도 먹을 게 없으니 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날은 매일매일이 전쟁터와 같다.

그러니까 잘 먹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싸울 수 있고 견딜 수 있다.

입맛이 없더라도 끼니를 거르지 말자.

잘 먹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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