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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이라도 좀 하자!
by
박은석
May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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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는데 배가 더부룩하다.
그럴 줄 알았다.
지난밤늦게 닭다리 세 개를 뜯었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시간을 놓쳐서 그럭저럭 지나다가 밤 열한 시에 먹었다.
저쪽 구석에서 혼자 우적우적 먹는 모습을 아내와 딸아이가 봤다.
또 밤에 먹는다고 하는 눈치다.
눈치는 말보다 세다.
그러나 그 눈치보다 더 센 것이 식욕이다.
‘내가 뭐 맨날 먹는 것도 아니고 저녁을 안 먹었으니까 저녁 대신 먹는 거야!’ 속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한밤에 먹는 닭다리는 혼자 먹든 둘이 먹든 언제나 맛있다.
잘 먹었다.
잘 잤다.
그런데 속이 거북하다.
몇 시간 지나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먹지 말아야겠다.’ 다짐을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짐은 잘한다.
다짐이니까.
다짐과 실천 사이에는 큰 계곡이 있다.
그 사이에 가느다란 다리가 놓여 있어서 그 다리를 간당간당 건너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는 도중에 다리가 끊어진다.
다짐은 다짐이니까.
다짐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별 별 말들을 다한다.
살아오면서 내가 품었던 다짐들을 다 실천했다면 아니, 절반만이라도 완수했으면 나는 아마 소크라테스나 공자보다도 더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평범한 아저씨가 된 것은 다짐은 똑 부러지게 하고 실천은 대충했기 때문이다.
그거는 우리 식구들도 인정한다.
“아빠는 대답은 정말 잘해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대답은 잘하고 실천은 대충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대충한다는 말도 결코 안 좋은 말이 아니다.
다른 것으로 대신 채워놓는 게 대충(代充)이니까 딴에는 열심히 한다는 말이다.
열심이 없으면 대신 채워놓지도 않는다.
비어 있는 것을 보아도 채워놓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부족한 것을 보고도 무엇이 부족한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대충이라도, 하는 척이라도 하는 사람은 꽤 괜찮은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좋았다고 하는 말은 곰곰이 따져보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할 줄 알아야 재미있지 모르는 일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호기심 반, 흥미 반으로 보고 듣고 따라 해 보다가 그 일에 재미도 붙고 실력도 늘게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이 보기에는 마뜩찮을 것이다.
왜 일을 그런 식으로 하냐고, 마무리가 형편없다고,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야단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초보자들이 하는 일은 다 대충대충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대충대충 하는 사람도 그 일을 하면서 별 별 생각을 다 한다.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을까?’ ‘나라면 이렇게 해 볼 텐데.’ ‘그렇게 하면 망치는 것일까?’ ‘그러면 혼나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자기 적성에 안 맞으면 다른 일을 찾고 자기에게 맞는 일이면 실력을 늘려간다.
아이들 신발을 고를 때 “아빠 때는 아디다스가 최고였어.”라고 하면 그건 그때였고 지금은 다르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아디다스에서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자기들만의 신발을 만들 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왜 일을 그딴 식으로 하냐고 째려봤을 것이다.
똑바로 배우지 못하고 대충한다고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발 로고에 자기들의 마음을 담은 문장을 새겨놓았다.
‘Just Do It!’
그들의 감성을 담아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일단 저질러보자!’라고 할 수 있다.
그 문장 때문인지 아니면 휙 휘어진 로고 때문이지 그것도 아니면 제품의 성능 때문인지 나이키 운동화는 최고의 신발로 추앙받는다.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대충한다고 보았는데 그들은 대충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누가 대충한다고 하면 그게 아니라고 해야겠다.
지금 한창 배우는 중이라고 해야겠다.
그러니 대충이라도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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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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