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May 16. 2021

나의 선생님, 나의 스승님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고 본능에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다.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을 먹는 것 정도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한다.

그러나 그 이외의 모든 것들은 배워야 한다.

걸음마도 배우고 말도 배우고 밥 먹는 것도 배운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들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예절도 배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 글을 배우고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배운다.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음악과 미술을 배우고 건강한 몸을 위해서 체육과 의학을 배운다.


가만히 앉아서 눈만 뜨고 있어도 배우고 누워서 귀만 열어두고 있어도 배운다.

매일매일 배움의 연속이다.

선생님에게서 배우고 친구에게서 배우고 나이 어린 사람에게서도 배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스승이고 선생이다.

나는 그 많은 선생님에게서 배웠다.




국민학교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은 낭랑한 목소리로 ‘영희야 놀자, 철수야 놀자’ 글을 읽어주셨고 풍금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러주셨다.

아침 조회시간에는 운동장에 똑바로 줄지어 서는 방법과 질서를 가르쳐주셨다.

글씨를 똑바로 잘 쓰면 공책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셨는데 그 도장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수업시간에 궁금한 게 있으면 손을 들고 일어서서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고 하셨고 자기의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며 스스로 정리정돈하게 하셨다.

반장을 세우고 분단장을 세울 때는 투표를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원리도 알게 해 주셨다.

그들에게 적절한 일을 맡겨주셨고 권한도 주셔서 작은 지도자가 되게 하셨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며 모든 학생이 돌아가면서 물주전자 당번을 맡아보게도 해 주셨다.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나는 정규 교육의 첫걸음을 잘 내디딜 수 있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정말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숱하게 많은 꿈들을 꿨었고 어려운 가정 형편을 생각하며 그 꿈들을 접기도 했다.

당시 부모님의 경제력으로는 우리 6남매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가 없었다.

분기마다 지불해야 할 등록금과 육성회비를 제때에 낼 형편이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 말이 되어 고등학교 원서를 쓸 때가 되었다.

나는 빨리 고등학교를 마치고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러려면 상업고등학교를 가는 게 제일 나아 보였다.

내 성적이면 고등학교도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내 뜻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내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해 주셨다.

“야, 이 개새끼야! 인문계 고등학교 가!”

나는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선생님께서 써주신 원서를 그대로 접수했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

선생님은 개새끼라는 욕을 하시면서까지 내 인생을 걱정해 주셨다.

덕분에 내가 더 공부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3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간들이었다.

좋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만났고 하고 싶은 일도 실컷 했다.

하지만 대학 원서를 쓸 때는 내 꿈을 잠시 접어야 했다.

안전 지원을 해야 했고 하향 지원을 해야 했다.

원치 않는 결정을 해야 했다.

"사범대 가겠습니다.

학교는 선생님께서 정해주십시오." 왜 갑자기 그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터벅터벅 교무실에서 나왔는데 생물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선생님 나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해 주셨다.

“은석아! 선생은 돈을 보면서 하는 게 아니야! 아이들을 보고 하는 거야!”

그 외에 무슨 말씀을 더 하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마디 말씀에 사범대가 좋게 여겨졌다.

누구나 언젠가는 누구에게 선생님이 될 텐데 기왕이면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배우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았다.

그 후로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불쑥불쑥 그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잘 배웠다.

복이다.

그런데 그 많은 선생님들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쳐주신 선생님은 따로 있다.

바로 어머니, 아버지이시다.

두 분 아니셨으면 내가 한순간인들 살 수 있었을까? 삶의 세세한 것까지 다 가르쳐주셨다.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말하는 것, 걸음걸이까지 어머니 아버지의 돌봄이 없이 이루어진 것이 없다.

숱하게 넘어졌는데 일으켜주고 일어나기를 기다려주고 일으켜주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스승은 제자를 가르침으로써 또 다른 스승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제자는 스승을 닮아가면서 또 하나의 스승이 되어간다.

어느덧 나도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나를 선생이라 스승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어야 한다.

선생님들이 나에게 좋은 것을 잘 가르쳐주셨듯이 나도 그들에게 좋은 것을 잘 가르쳐주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는 큰 산과 같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