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요리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by 박은석


시중에는 많은 요리책들이 나와 있고 기막힌 레시피들이 소개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책상다리만 빼고 뭐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도는 것을 보면 요리의 재료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그 많은 레시피들을 엮어서 내가 원하는 요리책이 한 권 나왔으면 좋겠다.

음식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양식이고 책은 우리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양식이다.

그러니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요리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한 달 30일로 잡고 <서른 가지 이야기가 있는 한 달 식단>으로 책 제목을 삼고 그 안에 글을 채워 넣는 거다.

단순하게 뭐 몇 그람, 뭐 몇 큰 술 같은 정보만 제공하지 말고 요리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어보게 만들어주는 거다.

한 달 식단이니까 한 달에 책 한 권은 읽게 되는 거다.

그러면 적어도 독서량에서 우리나라 성인 평균치를 넘게 된다.

이것만 해도 꽤 큰 소득이다.




먼저 어떤 요리를 소개할지 정해야 한다.

한 달 식사를 고려한다면 매일 특별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날들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일상적인 식단이어야 한다.

가끔은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고급스러운 음식도 포함시키고 어릴 적 입맛을 되살리는 분식도 들어가면 좋겠다.

그래서 음식의 종류와 가격을 고려해서 상중하 크게 세 그룹으로 만들면 좋겠다.

당연히 한식, 중식, 양식 등 지역별 특성도 들어가고 채소류, 육류, 해산물 등 재료의 안배도 중요하겠다.


실력이 좋다고 해서 손님상을 위한 요리를 선보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집에 손님을 들여서 상 차리는 문화가 아니다.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하는 요리를 굳이 책에 수록할 필요는 없다.

요리책은 장식용이 아니다.

철저하게 실용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입이 쩍 벌어지는 음식은 집에서 할 필요가 없다.

밖에 나가면 훨씬 값싸게 실컷 먹을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가장 널리 전해진 레시피를 소개해야 한다.

라면을 사면 봉지 뒷면에 표준 레시피가 적혀 있듯이 뭐든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에 자기만의 레시피를 추가로 제시해주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서도 먹어보았는데 훨씬 좋았다.’ 하는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자신이 실패했던 레시피도 소개하면 좋다.

절대로 따라 하지 말라는 경고성 레시피이다.


레시피와 함께 꼭 제공되어야 할 것은 그 요리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이 음식을 만들 때 기억나는 날은 어떤 날이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등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사람은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먹기도 한다.

살아오면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기분 좋게 먹은 음식일 것이다.

이야기는 모든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

그래서 레시피에 맞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이제 음식이 다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끝내서는 안 된다.

책 한 권에는 반드시 교훈이 되는 내용들이 들어 있어야 한다.

오늘의 음식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그러면 요리책이 역사책이 되고 인문학책이 될 것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다 자기만의 사연과 역사가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고추나 딸기나 포도는 조선 중기까지는 우리나라에 없었다.

그것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니까 김치 하나만 보더라도 조선 전기와 후기의 색깔이 다르다.

세종대왕도 빨간 김치는 구경도 못했다.

딸기 한 알 먹어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세종대왕보다 더 큰 행운이고 축복이다.


유래를 알고 역사를 알면 별것 아닌 시시한 음식은 아무것도 없다.

다 귀한 음식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책이 나온다면 나도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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