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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펼치기 작전
오늘이 기회이다. 지금이 기회이다.
by
박은석
Jun 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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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만난다고 한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을 해서 기회를 움켜잡기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밀어주고 뒤를 봐주는 바람에 기회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연히 길바닥에서 금덩어리를 발견하듯이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기회를 앞머리는 길고 뒷머리는 짧은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존재로 묘사한다.
기회가 다가올 때 그 긴 머리카락을 잡아야 하는데 잡으려고 생각하는 순간 지나가버리고 벌써 뒷모습만 보인다.
그런데 뒤에서는 잡을 수 있는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보다 생각하다가 생각할수록 말장난에 놀아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뜬구름 같은 것은 싫다.
나는 내 눈으로 분명히 볼 수 있고 머리로 확실히 예상할 수 있고 내 손으로 꽉 잡을 수 있는 것을 기회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언제 다가올지 알 수가 없다.
고려 태조 왕건이 아직 궁예의 신하로 있었을 때 전라도 나주 지방에 파견 나갔던 적이 있었다.
먼 길을 돌아다니느라 한참 목이 말라서 어느 우물에서 목을 축이려고 했다.
마침 그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아가씨가 보이길래 그녀에게 물을 한 그릇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아가씨는 표주박에 물을 뜨고 버드나무 이파리를 꺾어서 거기에 톡 떨어뜨려 전해주었다.
왕건은 왜 버들잎을 떨궈서 주냐고 물었다.
아가씨는 목마르다고 급하게 물을 마시다가 체하실까봐 염려되어서 그랬다고 했다.
버들잎을 후후 불어가면서 천천히 드시라고 했다.
그 말에 왕건이 뿅 가서 그 아가씨와 결혼을 했다. 장화왕후에 얽힌 이야기이다.
만약 그날 그 우물가에 훗날 고려의 왕이 될 왕건이 올 것을 알았다면 동네 처녀들은 다 몰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의 때를 사람들은 몰랐다.
우리는 우리가 잡았다고 하는 기회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도 모른다.
조선이 국운을 다해갈 때 국제정세를 살펴보면서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출세할 기회라고 생각한 인물이 있었다.
그는 조선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나라들의 언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500년 동안 조선에 영향을 끼쳤던 중국을 생각해서 중국어를 익혔고,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를 이룬 일본을 본받으려고 일본어를 배웠다.
일본을 개항하게 만들고 위력을 행사한 미국을 배우려고 영어를 배웠고, 고종황제가 한때 도움을 구하려고 했던 러시아가 앞으로 대단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여겨서 러시아어를 배웠다.
모국어인 우리말까지 합치면 5개 국어에 능통한 천재 중의 천재였다.
집안도 좋았고 관직도 좋았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꽉 움켜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욕을 먹는다.
그는 매국노 중의 매국노 이완용이다.
장화왕후는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는 일상생활을 하던 중에 왕건을 만났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바가지 건네주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었다.
물 한 그릇 건네주고 결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더군다나 그가 나중에 왕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기회는 달력에 동그라미 쳐놓은 특별한 날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그저 그런 날 속에 살짝 찾아온다.
기회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게 기회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너무 좋은 기회를 잡았다며 좋아할 수도 없다.
당장은 좋은 것 같은데 그것이 도리어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잡을 게 아니라 흘려보낼 기회이다.
그러고 보니 기회는 매일매일 찾아온다.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이미 잡은 것,
내가 지금 잡으려고 하는 것,
내가 잡지 못한 채 흘려보낸 것
그 모두가
기회였고,
기회이고,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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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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