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몰려올 때면 그 두려움을 나눠보자

by 박은석


현대인들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가 있다면 ‘두려움’이 아닐까 한다.

과거 농경사회나 유목사회에서는 사람의 생활이 예측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삶과 아버지의 삶이 비슷했고 또 아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살아가다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웃어른에게 물어보면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먹거리가 부족하고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숱한 기근과 전쟁들이 있어서 인생이 고해와 같다는 말들을 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큰 강 하류의 물처럼 인생이 느릿하게 유유히 흘러갔다.


오늘날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한다.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환경이 바뀐다.

어제까지의 지식은 오늘 아침에 폐기처분되고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된다.

종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다.

그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앞날이 무척 두렵다.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주인공 벤자민은 같이 일하는 이레네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떤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았는데 정치인들의 농간과 맞물리면서 범인이 풀려나고 오히려 자신이 범인에게 협박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벤자민은 이레네의 도움으로 급히 도망을 가서 몸을 숨긴 채 25년의 시간을 보낸다.

더 이상 숨어서만 살 수 없다고 여긴 벤자민은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소설로 쓰려고 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25년 만에 이레나를 만났는데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서 또한 괴로웠다.

다시 사랑을 하기가 두려웠다.

그는 노트에 ‘TeMo’라고 쓴다.

스페인어로 ‘두렵다’라는 뜻이다.




주인공 벤자민은 오랜 시간 동안 두려움에 떨어왔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집안 환경 때문에 두렵고 부족한 능력 때문에 두렵다.

모난 성격과 약한 건강이 두렵고, 대인관계도 해야 할 일도 두렵다.

남들에게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오랫동안 두려움에 눌려 살아왔다.

앞으로도 계속 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한다.

언제까지나 두려움의 노예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을까?

두려움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 두려움을 해체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나씩 떨어뜨려 보는 것은 어떨까?


주인공은 두려움의 네 글자를 두 글자씩 떨어뜨려 보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두려울 때 냈던 소리 ‘아(A)’를 넣었다.

‘Te A Mo’ 놀라운 발견이었다.

스페인어 ‘Te Amo(띠 아모)’는 ‘사랑한다’는 말이다.

공포와 탄식의 ‘아(A)’가 감격과 감탄의 ‘아(A)’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벤자민이 달라졌다.

다시 사랑하기로 하였다.

사랑의 마음이 일어나자 그를 짓눌렀던 두려움들이 하나씩 사라져갔다.

두려움은 사랑의 반대말인 것 같다.

사랑을 얻으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사랑을 잃으면 두려움이 생긴다.

어쩌면 벤자민은 25년 동안 두려움에 휩싸여 지낸 것이 아니라 사랑을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었는지 모른다.


두려움에 휩싸여 지내고 있다면 그 두려움을 나눠보자.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하나씩 하나씩 쪼개보는 거다.

그때마다 탄식의 ‘아’가 터져 나올 것이다.

그렇게 두려움을 나누고 나누다 보면 두려움의 원인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 비로소 우리 입에서 감탄의 ‘아’가 터져 나올 것이다.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는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들만 남아 있다.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며 사는 거다.

사랑이 두려움을 이긴다.

오늘도 Te Amo(띠 아모)이다!


++영화에서는 이레네가 준 타자기로 벤자민이 타이핑을 했는데 알파벳 A자가 찍히지 않는다. 그래서 일일이 A자를 손으로 써 넣는다. 그러다가 TeMo에도 가운데 A자를 써 넣는다.

++성경에서는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쫒는다고 했다(요한일서 4:18). 그 구절을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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