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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펼치기 작전
내 안에는 게으름뱅이와 전문가가 살고 있다
by
박은석
Jun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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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무척 긴장이 된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들이 어우러져서 피곤함을 느낄 겨를도 없다.
새내기 시절들이 그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산을 떨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힘을 냈다.
나에게 떨어진 업무에는 최선을 다하려고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였다.
나는 이곳에, 이 일에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세뇌시켰다.
누군가 나에게 일중독자라고 하면 나는 중독자가 아니라 일이 좋아서 그 일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허점도 많았고 연달아 실수를 범하기도 했고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나름대로 잘 준비했는데 결과가 시원치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거치면서 실력도 늘었고 요령도 생겼다.
처음에는 두세 시간을 들이면서 처리했던 일들도 어느덧 한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일이 익숙해지면서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일처리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들고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소요될지 예측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남는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자기 계발에도 신경을 쓰고 운동도 하면서 지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디까지나 생각이었다.
그때쯤 되니 몸이 점점 피곤해지고 마음도 지쳐갔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는데 이미 많은 에너지가 빠져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일은 후다닥 끝내고서 남는 시간에는 자기 계발이 아니라 홀로 멍 때리고 있었다.
열정이 살살 빠져나가더니 못 본 체 넘어가는 일들도 많아지고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는 일들도 없어졌다.
다른 사람 신경은 쓰지 말고 내 일만 잘하자고 마음먹고 있었다.
내 자리에 푹 들어가 앉아 있어서 통 나오지를 않았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꼭 능구렁이 같은 게으름뱅이로 여겼을 것이다.
일이 익숙해졌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반복되는 일들은 일정한 패턴을 그린다.
그 패턴을 내 몸에 맞추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벽에 있는 전기 스위치를 누르고, 커피머신을 누르고 자리에 와서 컴퓨터를 켠다.
그때쯤이면 커피머신에서는 커피 한 잔이 쪼르륵 내려온다.
커피를 가져오는 동안 컴퓨터는 부팅을 끝내고 윈도우 바탕화면을 내보내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패턴에 맞춰 움직이면 시간도 단축되고 일도 쉽게 끝난다.
매사의 모든 일들이 이런 식으로 패턴을 익히고 요령을 배우면 쉽게 끝낼 수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요령껏 일하는 내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며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고 한다.
‘전문가는 무슨 전문가? 다 요령이지.’ 한 편에서는 느려터진 게으름뱅이처럼 보이는데 한 편에서는 대단히 숙련된 전문가처럼 보인다.
내 안에 게으름뱅이와 전문가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 있는 둘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다.
게으름뱅이는 공부하지 않아도 자기 역할을 잘한다.
천성이 그쪽 방면에는 일가견이 있다.
손 놓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냥 멍 때리고 있으면 게으름은 일단 합격이다.
반면에 전문가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이 무진장 바뀌고 기계도 바뀌고 일도 달라지기 때문에 잠시라고 손을 놓고 있으면 전문가에서 비전문가로 금세 추락한다.
자기 일에 대해서 전문성이 없어지면 왜 그렇게 게으르냐는 눈총이 날아온다.
분명 전문가였는데 어느 순간에 그 일에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린다.
그때쯤 보면 내 안에 있었던 게으름뱅이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게으름의 본좌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마이너스의 마이너스는 플러스라고, 게으름의 게으름은 전문 실력이 된다.
내 안에 여전히 게으름뱅이와 전문가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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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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