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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25. 2021

둘 중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알렉산더 대왕이 대제국을 건설한 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 넓은 제국은 휘하의 4명의 장군들이 나눠서 통치하게 되었다.

알렉산더에게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이스라엘 지역은 프톨레마이오스가 맡아서 275년 동안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이루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에 거대한 도서관을 건립하였다.

전 세계의 모든 책들을 그 도서관에 소장하여 세상 모든 지식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수십만 권의 책을 소장하였다고 하니 그 도서관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컸을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에는 굉장한 큰 항구가 있어서 수많은 배들이 드나들었다.

그런데 모든 배들은 철저한 검색을 받았다.

중요한 검색물은 당연히 책이었다.

일단 책이 발견되면 돈을 주고 사든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베껴 쓴 다음에 돌려주든가 했다.

모든 지식은 알렉산드리아로 향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이런 거대한 도서관을 담당했던 사람이 에라토스테네스였다.

왕이 직접 임명한 고위 관리였다.

그 정도 위치쯤 되면 사람 관리나 좀 하고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 에라토스테네스는 도서관장으로서 도서관의 모든 책을 다 읽어버리려고 했던 것 같다.

매일 책 읽고 연구하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어느 날 책을 읽는 중에 매년 하짓날(6월 21일) 오후가 되면 시에네에서는 해가 머리 위에 있어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글을 보았다.

너무 신기해서 직접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하짓날 그림자가 얼마나 생기는지도 계산해 보았다.

막대기를 세워서 그림자가 어느 정도 길이로 생기는지 살펴본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다가 이번에는 막대기 끝과 그림자 끝을 선으로 연결해서 그 사이의 각도를 재 보았다.

7.2도가 나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시간이었다.




시에네에 꽂은 막대기가 땅속으로 계속 들어가고, 알렉산드리아에서 세운 막대기도 땅속으로 계속 들어가면 둘이 서로 만날 것이고 그 두 막대기 사이의 각도는 7.2도가 될 것이다.

헉! 그렇다면 지구가 둥근 것이다.

원이 360도인데 시에나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각도가 7.2도라면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지구 전체 둘레의 50분의 1이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깨달음이라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그는 아주 훈련이 잘된 사람들을 시켜서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라까지 보폭을 일정하게 해서 걸어가게 했다.

고속도로 같은 길도 아니었을 텐데 얼마나 훈련을 많이 시켰는지 두 도시 사이의 거리 925Km를 알아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지구 둘레의 길이를 46,250km(925Km 곱하기 50)라고 제시하였다.

오늘날 학자들은 지구 둘레 길이를 40,192km라고 한다.

2,200년 전 도서관장의 계산에 찬탄이 나오는 이유다.




세상 모든 지식은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아놓은 지식의 파편들이 하나씩 연결되어 발견되는 것이다.

옛사람들이 땀 흘려 얻은 결과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다.


도서관을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그 큰 도서관에 가서 기념사진 찍듯이 건물만 보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도서관의 책들을 일일이 읽어간 사람도 있다.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흘려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쓸데없다고 하는 이야기에서 놀라운 사실을 얻는 사람도 있다.

하짓날 시에네에서는 그림자가 안 보인다는 말을 흘려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사실을 중요하게 여겨서 책에 기록한 사람도 있었다.

그 책을 보고 그럴 수도 있다고 하며 그냥 넘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책을 보고 지구의 둘레를 계산해 낸 사람도 있다.


둘 중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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