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바흐가 작곡한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는 일평생 사랑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풍자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극의 내용은 주인공 호프만이 지금껏 사귀었던 세 명의 여인과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호프만이 사랑했던 첫 번째 여인은 놀랍게도 스팔란차니라는 과학자가 만든 여자 인형 올림피아였다. 그러나 동화 같은 이 사랑은 인형이 부서지고 망가지면서 끝이나버린다. 호프만의 두 번째 사랑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던 안토니아였다. 그런데 안토니아는 노래를 부를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치명적인 질병 때문에 결국 노래를 부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호프만의 세 번째 사랑은 환락가에서 생활하는 관능적인 여인 줄리에타였다. 하지만 줄리에타는 사랑에 눈이 먼 호프만에게서 영혼을 빼앗은 후에 다른 남자와 함께 도망쳐버린다. 이렇게 세 번씩이나 사랑의 실패를 맛본 호프만은 네 번째 사랑에 도전하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호프만 이야기>에서 특별히 도드라지는 장면은 첫 번째 여인인 올림피아를 사랑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나 세 번째의 사랑은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는 경우이지만 사람이 인형을 사랑한다는 내용은 도통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는 인형을 실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특수한 안경이 등장한다. 호프만이 그 마법의 안경을 착용했을 때 올림피아는 진짜 아리따운 여성처럼 보였고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호프만은 거금을 들여 마법의 안경을 구입하여 올림피아와 함께 춤을 추며 사랑을 불태운다. 그러나 호프만이 아무리 달콤한 사랑의 고백을 하여도 올림피아는 항상 똑같은 대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것도 아무 감정이 없는 무뚝뚝한 기계음만 낼뿐이었다. 그것은 사랑인 듯 사랑이 아니었다.
호프만은 사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얼마나 사랑하고 싶었으면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겠는가? 그러나 실제로 그렇다. 우리는 사랑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우리는 모두 다 사랑의 마음, 사랑의 약속, 사랑의 결심, 사랑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태어났다. 우리 모두가 다 사랑의 결정체인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난 우리는 또 계속해서 사랑 안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음식이고 또 하나는 사랑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영양분이고 우리 몸과 마음의 주성분이다. 음식을 못 먹으면 죽는 것처럼 사랑을 먹지 못해도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살기 위해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죽 못났으면 인형을 사랑하겠는가?’라며 비웃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실상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에게서도 아무 것에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그들에게 “누군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만 있다고 해도 산다지 않는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 사람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