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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02. 2021

응원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응원해야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올림픽 중계방송을 본다.

컴퓨터를 통해서 보면 여러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방송을 보면서도 다른 일들을 하기 편하다.

마침 쉬는 날인데 아침부터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가 많아서 배구, 핸드볼, 탁구 경기를 넘나들며 응원하고 있었다.

아! 그런데 컴퓨터로 경기를 보면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모니터 한쪽 구석에 계속 올라오는 응원 댓글들이다.


분명히 응원으로 시작한 댓글인데 경기가 진행될수록 형편없는 글들이 게시된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을 때에는 욕지기들이 숱하게 달린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약한 나라와의 시합인 경우에는 무조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수들의 이름이나 외모를 비꼬는 글들도 숱하게 많이 올라온다.

가끔은 중계방송을 하는 해설자들도 정신없는 말을 한다.

같은 한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한심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모든 면에서 세계를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나 문화 예술 측면에서는 더 분발해야 한다.

올림픽에도 거의 전 종목에 선수를 내보냈지만 사실 대부분의 종목은 국민들에게 비인기 종목이라서 경기 규칙도 제대로 모른다.

그런 무지의 상태에서 ‘우리가 이긴다. 할 수 있다.’는 식의 막무가내 응원을 펼치는 것 같다.


특히나 구기종목의 경우에는 댓글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자기도 공을 좀 차봤고 던져봤다는 오만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좋은 성적을 거뒀던 종목의 경우에는 왜 그때만큼 못하냐는 조롱 섞인 글들도 보인다.

누가 그런 글을 쓰는지 내 눈앞에 있으면 머리터럭이라도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핸드볼 공을 손바닥에 착 달라붙게 잡는 방법이나 아는지, 배구공을 손가락으로 토스하는 방법이나 아는지, 점프해서 던지고 때리는 방법이나 아는지 묻고 싶다.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는 곡식처럼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품도 훌륭한 경우가 많다.

그런 선수들의 경기를 보려면 그 수준에 맞춰서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

사람의 수준은 그 사람이 누구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상대방을 존중하면 나도 존중을 받고 상대방을 비하하면 나도 비하받게 된다.

우리가 상대방을 이기고 싶어 하는 만큼 상대방도 우리를 이기고 싶어 한다.

우리가 맹훈련을 하면서 실력을 키운 만큼 상대방도 그만한 노력을 기울인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다.

같은 코트에 올라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소득이고 볼거리이다.


경기는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세계 1위인 선수가 탈락을 할 수도 있고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가 신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승리하는 팀이 있으면 패하는 팀도 있다.

그게 우리 팀이 되기도 한다.




‘응원(應援)’은 곁에서 힘을 북돋워주는 일이다.

내 감정풀이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선수와 내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선수는 경기에 임함으로 나를 응원하고 나는 격려의 목소리로 선수를 응원한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이겼을 때, 마치 내가 이긴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선수가 나를 응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에 진 선수들은 종종 성원해주신 분들께 더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자신의 응원이 부족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응원한다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이들 중에서, 선수에게 힘을 더 많이 보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나고 똥을 싼 종이에서는 똥냄새가 난다.

응원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응원해야 한다.

박수치지 못할 거면 응원한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예 경기를 보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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