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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15. 2021

이 나라가 나의 대한민국이다

광복절을 축하하며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1910년 8월 29일, 일제는 서울 남산 한 구석에서 매국노 몇 놈과 맺은 조약을 발표했다.

한일합방이라고도 하고 한일병합이라고도 했다.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했지만 일제는 다시 조선으로 나라 이름을 돌려놨기 때문에 조일병합이라고도 불렀다.

마치 우리가 일제와 사이좋게 합의한 것처럼 ‘합방(合邦)’이니 ‘병합(倂合)’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언제 제대로 합의한 적이 있기나 했었나?

힘이 약해서 억울하게 빼앗긴 것이다.


그래서 생각이 좀 있는 사람들은 '병탄(倂呑)'이라고 했다.

합친 게 아니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너무 원통한 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원이었던 양우조, 최선화 선생이 딸 제시를 낳은 후 계속 기록했던 <제시의 일기>를 보면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8월 29일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그날에는 서로 모여서 나라를 잃은 슬픔을 되새기고 다시 나라를 찾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짐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1945년 8월 15일에 일왕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종전을 선언했다.

우리는 일본이 항복했다고 했지만 일왕의 선언을 들어봤더니 항복한다는 표현이 없었다.

그냥 백성들이 전쟁 때문에 너무 고생하고 있으니 이제 전쟁을 그만둔다고만 했다.

자기들 때문에 고생한 우리나라와 중국 및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이 패전했다고 했지만 일본은 항복한 게 아니니까 패전이 아니라고 한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말 한마디, 단어 하나 차이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 크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그놈들은 자기들 왕을 ‘천황’이라고 부르라고 했고 자기들의 말을 ‘국어’라고 부르라고 했다.

학교도 ‘국민학교’로 고쳐 부르게 했다.

그렇게 배웠으니 한국어보다 국어, 한국사보다 국사라는 말이 더 편하게 여겨진 것이다.     




1910년 8월 29일 조약 발표 후부터 1945년 8월 15일 일왕의 종전선언 전까지가 일제의 통치를 받은 날이다.

물론 일제의 영향은 그 이전부터 그 이후까지도 꽤 길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간은 이만큼이다.

그것도 엄청 길다.

어떤 사람들은 이 기간을 36년이라 한다.

우리나라가 햇수로 세는 문화가 있으니까 햇수로는 36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만으로 세어서 35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계산은 정확해야 한다.

일제의 식민지배 기간은 34년 11개월 16일이다.

8월이 31일까지 있으니까 34년 11개월 17일이라고 하는 것까지는 봐줄 만하다.

빼앗긴 것은 지푸라기 하나라도 아깝지 않은 것이 없다.

하물며 빼앗긴 조국과 땅과 시간은 얼마나 아깝겠는가? 굳이 빼앗긴 날을 퉁 쳐서 35년, 36년으로 길게 잡고 싶지는 않다.

기왕에 퉁칠 바에는 34년 11개월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남들은 어떻든 나는 그렇게 말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제국주의는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들이 하나씩 독립을 쟁취할 때 우리는 식민지가 되었다.

2천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이 식민 지배를 받았다.

20세기에 식민지가 된 사건 중 가장 큰 규모의 사건이 바로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지도자들이 어리석었다.

백성들이 무지했다.

힘이 없어서 그랬다.

나라를 지키는 방법을 몰라서 그랬다.

긴 시간 동안 너무나도 값비싼 수업료를 낸 후에야 우리는 나라를 다시 찾았다.


이제는 지도자들이 어리석다고 할 수 없다.

대부분이 좋은 대학에서 많이 배운 사람들이다.

백성들이 무지하다고 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문맹률이 적은 나라이다.

힘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 모든 면에서 강한 나라이다.

이제는 잘 지켜가는 일만 남았다.

과거는 치욕이었지만 미래는 영광이 될 것이다.

이 나라가 나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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