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by 박은석


늦은 아침 밍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일어나도 되는 걸까?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새벽 5시 첫차에 몸을 싣고 일터로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침 6시면 일어나서 동사무소 꼭대기에 걸린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집 앞을 쓸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조금만 더 자려고 뒹글거리다가도 어머니의 찢어지는 듯한 잔소리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했는데.

안 일어나면 빗자루 세례를 받았어야 했는데.

7시 반까지 학교에 가려면 6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6시 40분에 버스를 타야 했는데.

아침 7시까지 잠을 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실컷 잠잘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 내가 실컷 자고 늦게 일어나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내가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아이들 밥을 차리고 나에게도 토스트 한 대접 갖다준다. 이렇게 대접으로 대접받아도 되는 걸까?

평생 밥을 만들지만 남에게 대접만 해주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신은 한 대접에 밥과 반찬을 다 올려놓고 혼자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학교 갔다 돌아오면 아직 밭에서 오지 않은 부모님을 기다리며 형제들이 당번을 정해서 방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저녁밥을 지었는데.

아침에는 밥 국 김치, 점심에는 누런색 밴또, 저녁에도 밥 국 김치였는데.

맨날 똑같은 메뉴였는데.

친구와 자취를 할 때는 맨날 뭘 먹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먹는 게 한 끼 때우는 거였는데.

듣도 보도 못한 나만의 독특한 메뉴들도 여럿 탄생했는데.

아침 식탁에 앉아서 폼 나게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는 식사 같았는데.

이제 내가 그렇게 먹는다.

그런데 이렇게 먹어도 되는 걸까?




스마트폰을 켜고 음악 어플을 선택하여 듣고 싶은 곡을 골라서 듣는다.

가요, 팝송, 클래식 등 다 된다.

이렇게 귀호강을 해도 되는 걸까?

음악을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고, 또 어떻게 해야 들을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 라디오에 두 귀를 집중했었는데.

카세트 레코드의 시작과 정지 버튼을 번갈아 눌러가면서 가사를 받아 적었는데.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듣고 또 들었는데.

친구에게 테이프를 빌려서 복사해서 돌려주었는데.

찻집에 가서 디제이에게 신청곡을 전해주면서 꼭 틀어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자동차 운전석 앞에 카세트테이프 꽂이를 붙여놓기만 해도 멋있었는데.

햇빛 가리개에 CD꽂이를 달아두면 더 멋있었는데.

용돈을 아껴가며 모아둔 음악 CD가 긁힐까봐서 mp3 파일로 추출해서 듣곤 했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이렇게 호강해도 되는 걸까?




꼭 해보면 좋겠다며 부러워했던 것들을 하나씩 다 하면서 산다.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이고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상태로 경험했다.

그때는 그것만 할 수 있으면, 그것만 가질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그것들을 다 해보고 다 가져보게 되자 그것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남들도 다 하는 것이고 다 갖고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며 그건 당연한 삶이라고 떠들어댔다.

잠잘 시간을 줄여가면서 일해야 하는 사람, 밥 한 그릇도 제대로 맛나게 먹지 못하는 사람, 음악을 들을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줄 알았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냐고 말을 했다.

적어도 다 나처럼은 사는 줄 알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모르겠다.

그런데 난 정말 복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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