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아이에게 삶의 만족도, 행복지수가 얼마 정도인 것 같냐고 물으면 딸아이는 95% 이상이라고 했었다.
부모인 우리는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딸은 마냥 행복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우리 부부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그러던 딸아이가 요즘에는 80%라고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뭘 잘못했나 싶어 행복지수가 그렇게 떨어진 이유를 물었더니 마음먹은 대로 공부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게 첫째 이유이다.
물론 몇 가지 이유가 더 있겠지만 말이다.
뭐라고 말을 해주고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그건 자기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자기 인생이기 때문이다.
공부한 내용만 콕 집어서 시험에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하는 점수를 받고 칭찬받으면 또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다 되지 않는다.
그게 인생이다.
딸아이도 점점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번에는 옆에 있는 아들에게 행복지수가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들은 자기는 지금 행복지수가 80% 정도인데 다음 주에 PS5 게임기를 받으면 100%로 올라갈 거라고 한다.
게임기 하나에 행복지수가 20%를 넘나들 수 있구나 생각하니 우습기도 했다.
한 달 전에 아들에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 읽으면 신형 아이폰을 사 준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읽기에는 그 책이 만만치 않았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며 읽었다.
처음에는 아이폰에 꽂혀서 읽더니만 어느 순간부터 PS5 게임기에 눈독이 들었다.
그래서 슬그머니 게임기로 목표를 바꾸면 안 되냐고 한 것이다.
얼마나 그게 갖고 싶었으면 허구한 날 게임기 타령이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기에 우리도 장렬하게 졌다.
게임기를 사 준다는 것이 영 마뜩잖지만 아들은 이제 곧 받게 될 게임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급상승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방글라데시 사람들보다도 못하다고 한다.
하필 왜 방글라데시일까 싶지만 연구자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길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마냥 웃고 있고 좀 실수해도 괜찮다고 한단다.
정말 그럴까?
몇 해 전 인도네시아에서 살 때, 방글라데시에 거주하는 분과 2주일 정도 함께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방글라데시가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분의 대답은 간결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인도네시아에 와 보니 천국에 온 것 같아요.”
세계 최고의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 분에게서 그런 말이 나왔다.
그분이 표현한 방글라데시는 말로만 들어도 나 같은 사람은 살기 힘들 것 같았다.
거기가 좋다고요?
가서 한번 살아보세요.
그러면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이 곧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몇 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너무나 좋은 대한민국에 왔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아무 말이나 막 써도 사람들이 다 알아들으니까 좋았고, 한밤중에 슬리퍼를 신고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겁나지 않았고, 여권과 비자와 환율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짜장면을 시켜 먹을 수 있었고 떡볶이와 순대도 먹을 수 있는 참 행복한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그 행복들이 다 어디로 도망가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다르지 않은데 행복은 어디로 간 것일까?
행복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도망가지 못하게 손으로 꽉 붙들어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 있으면 PS5도 아들에게 더 이상 행복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집 어느 구석에 처박힐지도 모른다.
또 조금 있으면 딸아이는 “2021년 여름, 그때가 내 인생에 정말 행복한 때였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