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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13. 2021

좋은 인간관계는 끝까지 우리와 함께 간다

    

대중의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 혹은 정치인과 경제 지도자가 한순간에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을 때가 있다.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남에게 못된 짓을 저지르다가 발각될 때가 그렇다.

카메라 세례를 받을 때 그들의 모습을 보면 고개를 푹 숙인 채, 실망을 시켜드려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는데 그때는 정말 몰라서 그랬다느니 철없던 시절의 실수였다느니 한다.

뱀처럼 이리저리 기면서 교묘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

그 모습을 보는 대중들의 심기는 더욱 불편하다.

무대 위에 있는 자들은 무대 아래 있는 자들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형편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돈도 많고 얼굴도 반반하고 말도 잘해서 부러웠는데 이제는 그 모습이 역겨워진다.

감정 팔이는 그만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먼저 사람이 돼라!”는 말을 덧붙인다.




고등학생 때 공부 잘했던 친구들을 흔히 모범생이라고 불렀다.

싸우지도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고 선생님 말씀대로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잘했다.

더군다나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에 합격하여 학교의 위신도 치켜세웠다.

교문 앞에 높이 달린 현수막에 이름이 걸리기도 했다.

그 친구들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실 줄 알았다.

자기들도 그럴 거라고 했다.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것은 문제아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대학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에 올라온 친구들끼리 동창회로 모였는데 모임 장소가 학교 앞 술집이었다.

아니 밥집이었는데 밥값보다 술값이 더 많이 나갔으니 술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생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친구 여럿은 담배도 꼬나물고 있었다.

불과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담배 한 입 물어보지도 않았던 녀석들이 말이다.

문제아나 모범생이나 그놈이 그놈이었다.




조지 베일런트가 쓴 <행복의 비밀>이란 책은 하버드대학교에서 1938년부터 무려 75년 동안 연구한 ‘그랜트 연구(Grant Study)’를 소개한다.

연구비만도 2천만 달러가 들었다고 하는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당시 20대 청년 268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90대가 되어 사망할 때까지 75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들의 삶과 건강을 조사한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도 1966년부터 42년 동안 이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 대상자 중에는 하버드대학생들도 있었고 빈민촌에 거주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20대의 청년 시기를 하버드대학교에서 보냈다면 그 인생이 비행기 활주로처럼 쫙 펼쳐질 것 같다.

하지만 인생 연구 결과 꼭 그렇지는 않았다.

하버드대학교 출신 중에서도 마약중독자가 있었고 범죄자도 여럿 나왔다.

흔히 말하는 성공적인 삶, 행복한 삶은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성공적인 삶은 경제적인 풍요나 사회적인 특권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에서 얻는다고 이 연구 결과는 밝히고 있다.

특히 어려서부터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고 잘 조율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는 못하더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가 있는 반면에 공부는 잘하는데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나는 친구 잘 사귀라고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좋은 친구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거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힘으로, 돈으로, 유명세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힘이 빠지고 돈도 없어지고 유명세도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는 끝까지 우리와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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