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Sep 13. 2021

브런치 활동 1년, 매일 글 한 편 1년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안 지는 몇 년 되었다.

‘글 좀 써볼까?’ 생각을 하다가 접기를 여러 번 했다.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살아가는 일만으로도 바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막연하게 ‘언젠가 책 한 권 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품고 있었다.

글을 읽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해마다 200권 독서 목표를 세우고 달려온 게 벌써 10년 넘었었다.

하지만 글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대학생 때 친구 하나가 자기는 시를 쓰고 나에게는 소설을 쓰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 녀석은 벌써 그때 자기만의 시집을 몇 권 만들었다.

나도 글 한번 쓰려고 대학노트에 두 장인가 썼다.

그리고 덮었다.

글 쓰는 것은 아직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여전히 나의 글쓰기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자꾸 “다음에 다음에”,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라는 말만 뇌아렸다.




일 만들기 좋아하고 일 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일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왔다.

작년 2월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이다.

두어 달은 멍하니 지나갔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만 견디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들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두려웠다.

이 전염병이 얼마나 갈지 알 수가 없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내놓은 전망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거의 전염병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도 살펴보았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최소한 3년은 간다는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다.

내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오랫동안 놓아버렸던 SNS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을 찾았다.

너무나 허무맹랑한 뉴스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뉴스들을 퍼나르는 친구들도 보았다.

책 좀 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생각을 조금만 더 깊이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놓고 이래라저래라 말을 하면 누구나 듣기 싫어한다.

돌려서 말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다행히 나에게는 좋은 무기가 하나 있었다.

10년 넘게 독서운동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쌓아온 잡다한 생각들이었다.

그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쓰기로 했다.

기왕이면 내 생각에 도움을 준 책 제목이라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면 내 글을 읽으면서 ‘어 이런 책도 있었네.’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시도했다.

잘난 척하면 안 되는 게 내가 사는 세상이다.

두어 달 동안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반응이 괜찮았다.

더 판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0편의 글을 쓰면 뭔가 해보기로 했다.

출판사를 알아보는 것은 제쳐두었다.

책 내는 게 글쓰기의 목적이 아니니까.

대신 100일 즈음에 브런치에 가입하고 글 몇 편을 올렸다.

아직 발행할 수 없었다.

작가 허락이 안 떨어졌으니까.

곧바로 작가 신청을 했다.




작가로 안 받아주면 브런치 때려치우려고 했다.

그래도 브런치에서 안 받아주면 창피할 것 같았다.

하루, 이틀.

축하한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정말 다행이다.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으로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이제 어떡한담?’ 전문작가가 아닌 이상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스타일대로 너무 부담되지 않게 하루에 A4용지 한 장 분량의 칼럼을 쓰기로 했다.

주제는 따로 정하지 않고 그날그날 떠오르는 내용으로 쓰기로 했다.

대신 독자들에게 사랑과 행복과 소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인생은 살아갈 이유가 있고, 충분히 아름답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게을러지지 않도록 매일 한 편은 브런치에 올리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들이었다.

2021년 9월 11일 브런치 1주년을 맞았다.

매일 글 한 편씩 1년의 약속을 지켜왔다.

잘했다.

자랑스럽다.

그리고 고맙다 브런치야!


매거진의 이전글 열등감 때문에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