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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11. 2021

열등감 때문에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비슷한 연배의 사람을 만나면 우쭐하기도 하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 그 사람이 모르고 있을 때는 마치 내가 그가 모르는 세상을 얻은 것 같다.

어깨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런데 그가 가지고 있는 걸 내가 갖고 있지 않을 때는 그가 내가 모르는 세상에 사는 것 같다.

입에서 ‘좋겠다!’라는 말이 나온다.


부러운 마음이 든다.

살짝 열등감이 생긴다.

그 순간에 질투심과 함께 오기가 생긴다.

‘까짓것. 따라잡을까?’

‘이미 이쪽은 늦었으니까 다른 쪽으로 치고 나갈까?’

이리저리 마음을 굴린다.

승부욕이 발동한다.

지기 싫으니까.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까?

다들 이기고 싶어 할 거다.

남들과 경쟁하기 싫다고 말은 하지만 알게 모르게 모든 사람은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욕심을 버리면 해탈한다고 하는 사람도 해탈하고 싶어 스스로 경쟁하며 산다.




열등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누구나 다 약점이 있다.

세상을 호령하는 임금도 약점이 많다.

임금의 약점을 역린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역린은 눈에 보이는 약점일 뿐이다.

임금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약점, 약점인지 아닌지 인지하지도 못하는 약점들이 수두룩하다.

자기 스스로 옷을 입을 줄이나 아나?

목욕이나 제대로 할 줄이나 아나?

대소변을 보는 일까지 옆에서 거들어줘야만 한다.

밤에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방 밖에 보초를 세워놓는다.

형제들이 자신을 해코지하지 않을까 불안해서 견디지 못한다.

밥 먹을 때도 옆에서 누군가 먼저 맛을 보고 괜찮다고 해야만 수저를 든다.

겁쟁이 중의 상 겁쟁이다.

여염집 사람이라면 이웃들이 사람 구실도 못한다고 놀려댈 텐데 그나마 임금이니까 아무 소리 안 하고 봐주는 거다.

임금은 그야말로 약점 투성이다.

그런데 이렇게 약점이 많은 사람들이 큰일을 해낸다.




책을 읽을 때 가능하면 책 뒤쪽에 실려 있는 작가의 연보를 챙겨본다.

몇 년도에 태어났고 몇 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짧고 굵게 서술되어 있다.

그런데 그 한 줄 한 줄이 다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위대한 인물일지라도 무슨 천둥의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일을 하나 이룰 때 엄청난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업적 하나 간신히 이룩한 것이다.

그 시행착오를 겪을 때 얼마나 속상했을까?


뿐만 아니라 위인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정말 가관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은 경험은 비일비재하다.

공부할 여건이 안 되어서 일찌감치 돈벌이를 나선 경우도 많다.

사랑해서 결혼을 하지만 곧 파경을 맞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성격 더러운 위인들도 참 많다.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나열한 다음에 이렇게 살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아무도 손들지 않을 거다.

그들도 자신들의 삶의 모습이 싫었을 거다.




이한이 작가가 엮은 <문학사를 움직인 100인>이란 책을 보면 참 기구한 운명을 살다 간 작가들만 모아놓은 것 같다.

내가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위대한 작가들이 갖고 있었던 약점들이 없기 때문 아닐까?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열등감을 이겨내기 위해 처절하게 살다 보니까 어느새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닐까?


20세기를 흔들었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삶의 의미>라는 책에서 자신이 심리학자로 유명세를 얻게 된 이유는 자신에게 있는 열등감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끊임없이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이라고 했다.

허약한 체질, 온갖 질병을 짊어진 몸, 죽음의 공포에 내몰린 불안한 마음들과 싸우다 보니 아들러가 되었다는 것이다.

열등감?

싫지만 나쁜 것은 아니다.

약점?

없으면 좋겠지만 있어도 괜찮다.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간다.


++제 약점을 콕 집어서 쓴 글이 생각나네요.
“나는 혀가 짧은 사람입니다” (https://brunch.co.kr/@pacama/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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