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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15. 2021

나이 들수록 마음이 젊어지는 사람이고 싶다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님이 검사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살짝 긴장이 되었다.

의사선생님이 머뭇거리면서 말씀하셨다.

“후두암입니다.”

갑자기 하늘이 노래졌다.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다.

자리에 앉았다가 잠깐 졸았는데, 5분도 채 안 되었던 것 같은데 그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평상시에는 나도 아플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도 아플 수 있다고, 그게 당연한 인생의 순리라고 말을 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미래에 내가 아프게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면서 산다고 하지만 정작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

노후대책이라고 하면서 준비하는 것이라곤 노후자금 정도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노후자금을 많이 준비하였다 하더라도 삶은 돈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미래를 맞이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미래는 마음으로 준비하여야 한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하나씩 사라질 것이다.

사람도 떠나고 건강도 약해지고 돈도 손에서 물 빠지듯 빠져나갈 것이다.

뼛속의 철분까지 나에게서 빠져나간다.

사라진다.

끝까지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맨몸뚱아리와 그 안에 깃들인 내 마음뿐이다.

마음은 나에게서 떠나버리라고 해도 떠나지 않는다.

내가 몰래 마음으로부터 떠나가려고 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마음은 나를 따라온다.

아예 나에게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마음이 나와 떨어지는 날이 곧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인생 끝까지 나와 함께 할 마음에게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있으면 있어서 좋고 없으면 없어도 괜찮다고 해 주는 마음, 안 되는 일은 그럴 수도 있다며 대신 잘 되는 일도 있다고 알려주는 마음, 한쪽 방향만 보는 나에게 다른 쪽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음.

그런 마음에 투자하는 거다.



    

눈의 시력이 좋을 때는 눈에 좋게 보이는 것을 추구하며 산다.

화려한 옷과 소품으로 번지르르하게 치장하고 좋은 경치를 보려고 이곳저곳 다닌다.

그러나 눈의 시력이 약해지면 그때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

마음의 눈이 맑아야 한다.

귀의 청력이 좋을 때는 좋은 소리를 추구하면 산다.

아름다운 소리를 좇아가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곳을 골라서 다닌다.

그러나 귀의 청력이 약해지면 그때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마음의 귀가 밝아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은 점점 약해져 가지만 마음은 나날이 새로워질 수 있다.

공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나이 육십이 되었을 때 ‘이순(耳順)’이 되었다고 했다.

귀가 순해졌다는 것이다.

전에는 마음의 귀가 빳빳해서 마음에 어떤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가려내고 튕겨내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어떤 소리라도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더해가면서 몸은 점점 늙어간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그러나 몸이 늙는 것과 반비례하게 마음은 더 어려진다.

몸과 마음이 거꾸로 간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로 잘 알려진 스콧 피츠제럴드는 좀 엉뚱한 상상을 했다.

만약 사람이 태어났을 때 늙은 모습으로 태어났다가 나이가 더해가면서 점점 젊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의 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그 상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마다 나이 들수록 젊어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만약 나이 70이 되고 80이 되었을 때 몸이 어린이가 되고 어린 아기가 된다면 어떨까?

몸은 어려 보이는데 마음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삶은 어떻겠냐고 피츠제럴드가 물었다.

대뜸 나에게 대답이 나왔다.

몸이 젊다고 좋은 게 아니다.

나는 나이 들수록 마음이 젊어지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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